'허위종결' 경찰, 제주 실종 30% 혼자 종결…'셀프 해제' 허용한 허술한 시스템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8.31 16:01  수정 2026.08.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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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경장 명의 종결 298건…도내 실종팀 1인당 단순 평균의 3.4배

담당자가 실종 프로파일링시스템 직접 해제…상급자 결재도 허위 내용 못 걸러

장모씨 사건 제주청 보고도 누락…경찰, 뒤늦게 관리자 승인 '이중장치' 추진

법조계 "개인 일탈 넘어 종결·검증 절차 손봐 재발 막아야"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부 경장이 지난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주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 체계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장 한 명 명의로 1년 4개월 동안 제주에서 종결된 성인 실종사건의 약 30%가 처리됐지만 별다른 제동이 걸리지 않은 데다 담당자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사건을 직접 해제할 수 있었고, 별도의 상급자 결재마저 허위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경찰이 관리자 승인 절차를 추가하기로 하면서 허술한 내부 통제 체계가 사실상 장기간 방치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에게 제출한 '실종신고 및 실종자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부모 경장이 근무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제주에서 접수된 성인 실종사건은 1048건이다. 같은 기간 해제·종결된 사건은 1047건이며 이 가운데 298건이 부 경장 명의로 종결됐다. 전체 접수 건수의 28.44%, 해제·종결 건수의 28.46%에 해당한다.


제주서부·제주동부·서귀포경찰서 등 도내 3개 경찰서 실종팀 근무자 12명이 1047건을 균등하게 처리했다고 단순 계산하면 1인당 87.25건이다. 부 경장 명의 종결 건수는 이보다 약 3.4배 많다. 다만 298건 모두 부 경장이 혼자 수색·수사한 사건은 아니다. 실종팀이 함께 수색하거나 조사한 뒤 부 경장이 마지막으로 전산상 종결 처리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정상적인 사건 처리 여부를 걸러낼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실종 프로파일링시스템은 팀장이나 과장 등이 처리 적정성을 검토하더라도 실제 해제 처리는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모씨와 실제로 통화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처리한 뒤 프로파일링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상자' 코드를 입력해 장씨를 관리 목록에서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여성 실종 등 주요 사건은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장씨 최초 신고 건은 제주경찰청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경찰청. ⓒ데일리안DB

상급자 결재 역시 허위 종결을 막는 안전장치가 되지 못했다. 부 경장은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을 오후 11시22분 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해제'하면서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을 입력했다. 이후 오후 11시38분 112시스템에서 상급자 결재를 거쳐 사건이 최종 종결됐다. 담당자가 입력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부실할 경우 결재선이 존재하더라도 허위 종결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청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앞으로는 담당자가 실종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하고 최종 승인하도록 프로파일링시스템에 '이중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직접 해제할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결 권한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단순히 부 경장 개인의 직무태만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피의자가 다른 경찰에 비해 많은 실종신고 건을 종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직무태만에 따른 허위종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담당 경찰 1명이 독자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아무런 입증자료 없이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정 변호사는 부 경장에게 집중된 사건 처리 규모에 대해 "통상적인 수사·조사 업무 강도를 감안할 때 관할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은 상식적인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수치"라며 "이런 처리량을 두고 조직 내부에서 특별한 조사가 없었다는 점을 보면 단순히 처리율이 높은 우수한 직원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부 경장 명의로 종결된 298건을 전수조사하는 동시에 제주서부경찰서의 야간 상황보고서와 당시 지휘라인의 보고·관리 실태 등을 감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한 경찰관의 일탈에 그쳤는지, 담당자의 자의적인 종결과 허위 입력을 걸러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장기간 이어졌는지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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