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유법 등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추진
쿠팡 조사 거부 계기…불시 현장조사 근거 강화
유통업계 “절차적 방어권 지나치게 제한” 우려
美 ‘쿠팡 부당대우’ 주장 속 외교 부담 가능성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둘러싼 쿠팡과 공정위의 갈등이 정치권의 법 개정 움직임으로 번지면서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팡이 현행법에 따른 절차적 권리를 근거로 불시조사에 이의를 제기하자 여당이 관련 법 개정에 나서면서 기업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기본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대상에 명확히 포함하는 내용의 '행정조사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행정조사기본법은 현장조사를 실시할 경우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목적과 기간, 내용 등을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담당하는 공정거래법 등 일부 법률에 따른 조사는 사전통지 등 일부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법에 이 같은 예외를 두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대규모유통업법 등 법률이 적용 제외 대상에 명시되지 않아 행정조사 현장에서의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에 조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전산자료 삭제나 계약서 위·변조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해 현장조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이번 입법은 쿠팡과 공정위가 현장조사 절차를 놓고 정면충돌한 직후 추진됐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에 규정된 '7일 전 사전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도 제기했다.
반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조사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대상인 만큼 7일 전 사전통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와 쿠팡의 주장이 맞서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에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의무가 적용되는지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뉴시스
이러한 논쟁이 불거지자 정치권도 즉각 관련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다만 쿠팡이 현행법을 근거로 조사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자 정치권까지 법 개정에 나서면서 정부·여당이 쿠팡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의 영향이 쿠팡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유통업법과 대리점법 등 해당 법률에 따라 조사를 받는 기업들도 사전통지 등 일부 절차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결국 특정 기업의 조사 대응을 계기로 관련 업계 전반의 절차적 방어권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큰 문제가 발생했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 사전통보 없이 조사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특수한 경우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장치인데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가뜩이나 유통·플랫폼업계를 둘러싼 규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까지 확대되면 기업의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고 없이 이뤄지는 조사 특성상 기업이 사전에 대응 인력이나 자료를 준비하기 어려운 데다, 이러한 조사가 잦아질 경우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조사 대응에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실제 쿠팡은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10곳이 넘는 정부 부처·기관으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쿠팡은 조사 대응에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대한 정부의 각종 조사·제재를 두고 미국 정치권 일각의 불만도 상당하다.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브라이언 매스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쿠팡 같은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의 조사 거부 직후 관련 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미 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근거와 논리에 따라 문제를 지적한다면 미국도 할 말이 없겠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대응으로 비칠 경우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할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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