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호박'으로 세계 홀린 구사마 야요이 별세…향년 97세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8.27 14:28  수정 2026.08.27 14:28

어린 시절 환각을 예술로 승화…'무한 그물'·호박 세계적 명성

뉴욕서 전위예술 선도…'해프닝의 여왕'으로 불려

말년까지 붓 놓지 않아…"영원한 사랑과 영혼 탐구"

일본의 전위예술가 구사마 야요이. ⓒ뉴시스

강렬한 물방울 무늬와 호박 작품으로 세계 현대미술계를 사로잡은 일본의 대표적 전위예술가 구사마 야요이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교도통신에 따르면 구사마 측은 그가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인은 다발성 장기 부전이다. 구사마 측은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며 "영원한 사랑과 영혼에 대한 탐구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구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환각과 강박적 이미지를 작품 세계로 끌어들였다. 끝없이 반복되는 물방울과 그물 무늬는 이후 그의 상징이 됐다. 그는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검은 바탕을 흰색 그물로 뒤덮은 '무한 그물(Infinity Net)' 연작 등으로 주목받았다. 1960년대 후반에는 알몸의 참가자들에게 물방울을 그리는 거리 퍼포먼스 등 파격적인 '해프닝'을 잇달아 선보여 '해프닝의 여왕'으로 불렸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선명한 색상의 물방울로 뒤덮인 거대한 호박 조각과 거울을 이용해 공간이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인피니티 미러 룸'은 구사마를 세계적인 스타 작가 반열에 올렸다.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뿐 아니라 소설과 시, 패션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루이비통과의 협업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단독 대표로 참가했으며 2017년 도쿄 신주쿠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도 문을 열었다.


구사마는 200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고 2009년 일본 문화공로자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일본 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같은 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환각과 공포를 물방울과 무한의 이미지로 바꿔낸 구사마는 60년 넘게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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