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 본격
요금 지원 넘어 섬 생활권 보장
김운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섬 생활물류 기본권 확대’ 주장
경북 포항~울릉 구간을 오가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에 승선 중인 여객들 모습(자료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연안여객선을 육상 대중교통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을 낮추는 ‘대중교통화’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i-바다패스’는 인천시민의 섬 방문을 늘리고 지역 관광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섬 주민의 선표 경쟁과 섬 인프라 부족 등 새로운 과제도 드러냈다.
김운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내항해운 미래발전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연안여객 대중교통화를 단순한 운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섬 주민의 생활권 보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요금제 재정지원과 함께 차량·택배·생활연료 등 섬 생활물류까지 정책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섬 이동권 보장과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인천 i-바다패스 사례를 중심으로’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에 따르면 연안여객선은 육상교통과 비교하면 운임 부담이 크고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도 낮다. 연안여객선은 2020년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됐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제한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여객선 전체 운임지원금은 421억원인 반면 2022년 기준 6대 광역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보조금은 1조8932억원에 달했다.
연안여객 수요도 정체 또는 감소세다. 전국 연안여객 이용객은 코로나19 이후 2022년 1399만명에서 2025년 1260만명으로 139만명 감소했다. 섬 주민 수요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약 348만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6년 340만명에서 2025년 329만명으로 줄었다.
섬 인구 감소와 고령화, 연륙교·연도교 건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철에는 수요가 연평균을 밑도는 비수기 구조가 반복돼 연안선사 적자와 불안정한 선박 운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2022년 3월 섬 주민에게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500원을 적용한 데 이어 2025년 1월부터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i-바다패스’를 시행했다. 백령항로의 경우 기존 7만200원의 운임에 섬 주민 지원 등을 적용한 부담액에서 다시 인천시민 운임을 1500원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i-바다패스는 16개 항로를 통해 인천 섬 25개를 연결한다.
효과는 여객 수요 증가로 나타났다. i-바다패스 시행 이후 주요 4개 항로의 이용객은 전년 대비 인천·백령 23.5%, 인천·이작 22.7%, 인천·연평 12.7%, 인천·덕적 4.0% 각각 증가했다. 인천시민 전체 이용객은 2024년 60만7133명에서 2025년 73만9274명으로 21.8% 늘었다. 타 시·도민도 90만9745명에서 93만5537명으로 2.8% 증가했다. 반면 섬 주민 이용객은 56만8804명에서 54만1573명으로 4.8% 감소했다.
한국해운조합(이사장 이채익)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한민국 내항해운 미래발전전략 정책 토론회’를 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지역경제 효과도 확인됐다. 옹진군 주요 6개 면의 관광소비액은 2024년 321억5000만원에서 2025년 345억7000만원으로 24억2000만원, 7.4% 증가했다. 백령면 소비액은 12.0%, 덕적면은 19.4%, 자월면은 37.3% 각각 증가했다. 식음료와 특산물 쇼핑 분야에서 전체 성장의 87%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용객 증가가 곧바로 섬 주민의 이동권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늘면서 선표 조기 매진과 배표 부족으로 섬 주민의 불만이 발생했다.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 문제도 제기됐다.
당일 왕복 관광객이 늘면서 섬 내부 소비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숙박·식음·쇼핑·내부교통 등 관광 기반 시설 부족, 쓰레기와 불법채취 등 환경 훼손 우려도 나왔다.
이에 김 위원은 섬 주민 전용 발권창구 운영 등 발권 시스템을 정비하고 노쇼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숙박 연계와 지역상품권 등 지원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섬을 단순히 방문하는 관광지로 보는 데서 벗어나 숙박과 체류를 늘릴 수 있도록 관광 콘텐츠와 숙박·식음·내부교통 등 기반시설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연안여객 대중교통화를 ‘섬 생활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섬 생활권은 주민뿐 아니라 의료·교육·고용·행정·소비·관광 등을 위해 여객선을 통해 섬과 육지를 오가는 생활활동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안여객 통합요금제에 재정을 지원하고,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1000원 요금제나 시내버스 요금제 수준의 추가 지원을 국가 매칭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섬 주민의 이동권을 사람의 이동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 섬 주민 차량 운송은 국가가 20~50%를 정률 지원하지만, 화물선 이용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택배 지원도 지자체별 연간 한도와 인정사업자 등이 다르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섬 교통의 대중교통화를 사람의 운임뿐 아니라 차량·택배·생활연료·생필품·공공서비스 차량까지 포괄하는 ‘섬 생활물류 기본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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