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첫 장 사진 받았으니 늦게 항소 안 된다?…대법 "다시 판단"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8.24 09:28  수정 2026.08.24 09:29

원고, 학원 운영과정서 동업자와 동업계약 갈등…투자금 반환소송

피고,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 달라…1심 판결 3년 후 판결문 발급

제때 항소하지 못한 사유 언제 사라졌는지 쟁점…법원 "피고 과실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자신도 모르게 민사소송이 진행돼 1심에서 패소한 피고가 판결문 1면 사진을 전달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뒤늦게 제기한 항소를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판결문 일부를 전달받아 1심 선고 사실을 알았더라도, 해당 판결이 공시송달됐다는 사실까지 인식하지 못했다면 항소 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학원 사업을 함께 운영하기로 B씨와 동업계약을 맺었으나 B씨가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2019년 4월 투자금 1억60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B씨는 사업을 위해 베트남에 머물고 있었지만 A씨가 소장에 B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인 서울을 적으면서 소송 진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B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0년 5월 1심 법원은 A씨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B씨는 1심 판결이 내려진 지 약 3년이 지난 2023년 4월에야 판결문 등본을 발급받고 추완항소장을 제출했다.


추완항소는 천재지변 등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통상적인 항소 기간인 1심 판결 선고 후 2주를 지키지 못한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뒤 항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B씨가 제때 항소하지 못한 사유가 사라진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였다. 추완항소는 항소 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사유가 없어진 뒤 2주 이내에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2심은 B씨가 2021년 12월 A씨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근거로 추완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사건번호와 원·피고의 이름, 주문 등이 적힌 1심 판결문 첫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B씨에게 보냈다. 이에 B씨는 "이미 사본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늦어도 해당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에는 B씨가 1심 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때부터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은 만큼 추완항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판결문 첫 페이지 사진을 전달받은 사실만으로는 항소 기간을 지키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추완항소 기간의 기산점인 '그 사유가 없어진 때'는 단순히 1심 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아니라, 해당 판결이 공시송달 방식으로 송달됐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때를 의미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전송한 사진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은 법원명과 사건번호, 당사자, 주문 및 청구 취지 정도"라며 "구체적인 청구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판결이 공시송달됐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등이 전송된 시점과 그 이후에도 A씨와 B씨가 사진에 적힌 내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거나 설명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B씨가 메시지에서 사용한 '사본(copy of that)'이라는 표현 역시 판결문 사본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대화가 두 사람이 다른 문제를 두고 다투던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판결이 공시송달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피고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이 추완항소와 관련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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