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 획일적 한도보다 실수요자 맞춤 규제가 답이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24 07:07  수정 2026.08.24 07:07

8·13 대책, 공급자금 지원하고 투기성 대출 억제 측면서 긍정적

6억원 한도 및 획일적 총량 관리, 무주택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제약

투기 규제 강화, 실수요자엔 상환능력·실거주 맞춤 금융 필요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밀집 상가에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8·13 부동산 대책은 가계대출 총량을 늘려 주택공급과 실수요 자금난에 숨통을 틔우면서도, 고가주택과 투기성 대출을 겨냥한 것이 핵심이다.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기존의 획일적 6억원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총량관리 틀에 묶어 두면,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가 ‘내 집 마련 차단’으로 읽힐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수요자에게는 정교하게 지원하고 투기수요에는 더 엄정하게 대응하는 규제의 재설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두 갈래다. 하나는 주택공급을 뒷받침하는 금융의 정상화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성 주택수요를 계속 억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약 28조~30조원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전망이다.


늘어난 재원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청년·실수요자의 주거자금 수요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주택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이다.


규제지역 LTV는 40%, 은행권 DSR은 40%가 유지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보유하면서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한다.


이는 ‘대출을 풀었다’기보다 대출의 용도를 구분한 조치다.


공급을 위한 이주·중도·잔금 자금에는 숨통을 틔우되, 이미 주택을 가진 사람이 전세대출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수하거나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는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동반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차별 금융완화보다 책임 있는 접근이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량 관리 목표가 확대됐다고 해서 모든 대출자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은행은 연간·분기별 대출 목표를 관리해야 하므로, 수익성과 담보 안정성이 높은 대출부터 배분할 유인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단지 잔금대출이 우선순위가 되면 기존 주택을 처음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는 오히려 뒤로 밀릴 수 있다.


실제 이번 대책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위한 별도 주담대 한도나 총량관리 예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 6억원 한도 역시 서울과 수도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규제지역에서 LTV 40%를 적용하면 10억원 주택을 사더라도 최대 대출은 4억원이다.


15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6억원 한도’는 많은 경우 LTV에 의해 이미 제약된다.


문제는 소득이 안정적이고 장기 상환능력이 있는 무주택 가구까지 동일한 틀에 갇힌다는 데 있다.


청년·신혼부부가 직장과 생활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첫 집을 마련하려 할 때, 부족한 자기자금은 주거사다리의 첫 단을 끊어 놓는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공통적으로 ‘누구에게나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투자자와 실거주자를 구분해 LVR(Loan-to-Value Ratio) 규제를 다르게 운영한다.


LVR 규제란 주택가격 대비 대출금액의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계산식은 대출금액 ÷ 주택가격 × 100이며, 예를 들어 10억원 주택을 사면서 6억원을 빌리면 LVR은 60%이다.


LVR 규제는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담보대출을 활용한 매수와 투기를 막고, 집값 하락 시 가계와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장치다.


특히, 뉴질랜드처럼 실거주자보다 투자자에게 더 낮은 LVR 한도를 적용하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기회는 지키면서 투기 목적의 레버리지 매수는 억제할 수 있다.


현재 고(高) LVR 대출의 기준은 실거주자가 주택가격의 80% 초과, 투자자는 70% 초과이며, 은행의 신규 대출 중 고 LVR 대출 비중도 투자자에게 더 엄격하게 제한한다.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 확대에는 강한 제약을 두면서도, 실거주자의 주택 구입 기회는 상대적으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는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추가 취득세 부담은 낮게 유지하는 한편, 두 번째·세 번째 주택 매수와 외국인 매수에는 훨씬 높은 추가 취득세를 부과한다.


싱가포르 시민의 첫 주택에는 추가 취득세가 없지만, 두 번째 주택에는 20%, 세 번째 이상에는 30%가 적용된다. 외국인 주택 취득에는 60%의 추가 취득세가 부과된다.


금융규제와 세제를 결합해 실거주 수요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면서 다주택·투기 수요의 기대수익은 낮추는 접근이다.


우리도 대출 총량을 기계적으로 조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차주의 주택 보유 수·실거주 여부·소득·상환능력·구입 목적을 함께 반영하는 ‘표적형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


실수요자 금융을 투기자금과 동일한 잣대로 다루는 것은 공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8·13 대책은 주택시장 안정과 공급 촉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6억원 한도 유지’가 실수요자의 자금난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대출의 문턱은 투기자에게는 더 높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상환능력에 맞게 열어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