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 B필러 없애고도 강성 12% 높였다…“원점서 재설계”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23 10:58  수정 2026.08.23 11:01

개발 책임자 6명 직접 핵심 기술 공개

히든 B필러 코치도어·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 적용

GV90 위해 울산 EV공장도 새로 구축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현대차그룹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제네시스

제네시스 GV90 개발에 직접 참여한 책임자들이 차량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조부터 안전·주행 기술, 생산 공장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했다고 말했다. 특히 B필러를 차체에서 없앤 코치도어를 구현하면서도 일반 GV90보다 차체 강성을 12% 높이고,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을 적용하는 등 플래그십에 그룹의 기술력을 집약했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GV90 테크 브리프’를 열고 GV90에 적용된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하루 앞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가 디자인과 상품성을 공개하는 자리였다면, 실제 차량을 개발한 연구개발 책임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기술적 배경과 개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R&D본부장 사장을 비롯해 GV90 개발에 참여한 R&D본부와 제조솔루션본부 담당 중역 6명이 ▲개발 철학 ▲제품 및 주요 상품성 ▲네오룬 아치 게이트 ▲차량 안전 ▲주행 성능·정숙성 ▲제조 기술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하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새로운 SUV를 개발하는 일이 아니었다”며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제네시스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GV90를 “제네시스가 지금껏 만든 차 가운데 가장 어려운 차”라고 표현했다. 플랫폼과 배터리, 전원 체계, 차체 구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뿐 아니라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새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허 상무는 “거의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한 결과 제네시스 사상 가장 특별한 차량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제네시스

개발진이 제시한 GV90의 핵심 개발 철학은 ▲고객이 익숙해져 불편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줄이는 ‘Effortless’ ▲고객 안전 최우선 ▲충실한 기본 성능 ▲움직이는 프라이빗 라운지 등 네 가지다.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최상위 트림인 GV90 네오룬에 적용된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차체에 고정된 B필러 없이 앞뒤 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도어 구조다.


B필러는 지붕과 바닥을 연결해 측면 충돌 하중을 견디고 차체 비틀림을 억제하는 핵심 골격이다. 제네시스는 이를 단순히 제거하는 대신 도어 내부에 숨기고, 경주차의 롤케이지 원리를 재해석한 구조를 차체에 적용했다.


그 결과 일반 스윙도어를 적용한 GV90보다 오히려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이대희 제네시스바디설계실장은 “일반 GV90도 경쟁차를 앞서는 차체 강성을 확보했지만 GV90 네오룬은 이보다 12% 더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루프 에어백도 GV90의 핵심 안전 기술이다. 제네시스는 각국의 충돌 안전 법규와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3800만건을 분석해 전복 사고에 주목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속 110km로 달리던 GV90가 경사로를 타고 넘어가며 전복되는 시험 영상도 공개됐다. 차량이 넘어지는 순간 루프 에어백을 포함한 12개 에어백이 전개돼 탑승자를 보호했다.


이승목 통합안전개발실 상무는 “정해진 시험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순간까지 대비하는 것이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주행 기술에서도 플래그십에 걸맞은 변화를 줬다. 고성능차에 주로 사용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전륜과 후륜에 모두 적용하고, 서스펜션의 압축과 인장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모노튜브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탑재했다.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대형 전동화 SUV의 안정감과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운전자가 필요할 때 역동적인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GV90를 위해 새로 지은 울산 EV공장의 생산 기술도 공개됐다. 차체 패널을 만드는 프레스 공정에는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복잡한 곡면을 구현하기 위해 6800톤급 서보 프레스와 패널 정밀 검사 설비를 도입했다.


알루미늄 비중이 높아진 차체를 안정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스틸 등 서로 다른 소재에 맞춰 4가지 신접합 공법도 적용했다. 완성된 차체는 사람 시력의 6배 수준으로 미세한 표면 결함을 찾아내는 자동 검사와 자동 사상 공정을 거친다.


도장 공정에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맞춤형 컬러 부스를 마련했다. 저온에서 경화되는 새로운 도료도 개발해 기존 공정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줄였다.


특히 최종 의장 공정에서는 실제 도로 환경을 공장 내부에 구현했다. 노면 요철을 재현한 롤러 위에서 차량을 구동하고 최대 시속 160km의 바람을 발생시켜 풍절음과 각종 잡음을 확인한다. 날씨나 노면 상태에 따라 시험 조건이 달라지는 외부 시험로와 달리 생산되는 모든 GV90를 동일한 조건에서 검사하기 위해서다.


제네시스는 이날 울산 EV공장에서 GV90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테크 필름 ‘Sanctuary of Fineness’를 처음 공개했다. 영상에는 프레스부터 차체·도장·의장에 이르는 생산 과정과 자동화 설비, 작업자의 정밀 검사 과정 등이 담겼다.


영상의 배경음악에는 전자음악가 키라라와 협업한 음원 ‘정련’이 사용됐다. 무쇠가 반복적인 단련을 거쳐 자동차로 완성되는 과정을 전자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허 상무는 “GV90에 담긴 기술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품기획과 생산, 품질, 판매까지 전사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함께 완성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차를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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