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주도 '우주 사업' 당장 수익 내기엔 일러
1년 내 1400억 상환 부담…자금 조달법 주목
보령 ⓒ보령
보령의 현금 곳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 국산 제15호 신약인 '카나브 패밀리' 등 주력 제품의 선전으로 본업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벌어들이는 현금이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주 헬스케어 사업은 단기간에 투자금 회수를 기대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분야인 만큼, 외부 조달 방안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잔액은 5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8.01% 쪼그라들었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의 약가 인하 우려에도 본업에는 문제가 없었다.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말과 비교했을 때 1.82%포인트 성장했다.
현금이 줄어든 건 대규모 신사업 투자 때문이다. 앞서 보령은 특허가 만료된 사노피의 항암제 탁소텔의 19개국 사업권을 인수했다. 젬자와 알림타에 이은 3대 세포독성 항암제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보령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형자산 취득을 위해 약 2800억원을 투입했다.
탁소텔 사업권은 제품 판매를 통해 비교적 근시일 내 투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에도 막대한 돈이 투입됐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이사가 진두 지휘하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이다.
보령은 지난 2022년부터 미국 민간 우주정거장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8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집행했다. 2024년에는 달 착륙선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에도 140억원을 넣었다. 지구 저궤도(LEO) 환경에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다. 투자 효과가 언제쯤 가시화될지 가늠하기 힘든 분야다.
우려되는 건 앞으로의 자금 상태다. 외부 조달 방안이 녹록지 않아지면서다. 통상 보령은 본업으로 매년 1000억원 안팎을 벌어 들인다. 최근 3개년 평균 영업활동현금흐름(OCF)도 1087억원 수준이다. 카나브 등 약만 팔아서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지주사인 보령홀딩스(당시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1750억원의 실탄을 조달한 이유다.
잇따라 투자가 진행되면서 유증으로 확보한 현금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보령은 추가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은행 차입을 늘렸다. 이 결과 상반기 말 순차입금은 236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순현금 상태에서 2년 만에 차입금이 보유 현금을 웃돌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상환해야 할 차입금까지 눈앞에 다가왔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은 리스부채를 포함해 약 1397억원이다. 아직은 신사업이 본업의 수익성을 끌어 올릴 시기는 아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잡힌 탁소텔 매출은 88억원에 그친다. 우주 사업의 경우 액시엄 스페이스의 우주정거장 건설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면서 성과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향후 투자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령은 지난해부터 카나브 약가 인하로 인한 리스크를 반영해 왔던 만큼 본업 수익성이 추가로 저하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도 “투자 속도가 좀 빠른데, 유증 등으로 확보한 현금을 어느 정도 소진한 뒤에는 속도 조절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차입 규모가 계속 늘어난다면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차입을 늘리기에는 부담이 있다. 예산 공장의 담보 여력은 산업은행 대출로 거의 다 소진된 상태다. 이처럼 유형자산의 약 72%는 이미 대출 담보로 잡혀 있다. 유형자산에 건설 중인 자산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담보 대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계열사에 손을 벌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령 관계자는 "현금 규모는 의약품 인수, 설비 증축과 같은 사업 관련 투자, 단기 금융 상품 투자 등에 따라 매년 변동될 수 있다"며 "이번 상반기에 현금이 줄고 차입이 늘어난 건 탁소텔 인수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견조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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