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9 차륜형 자주포, 美 육군 공급…국산 무기체계 최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19 09:34  수정 2026.08.19 09:34

미 육군 기동전술화포 사업 시제품 6문 공급 계약

정부와 원팀 공조…앨라배마 생산기반 구축 등 현지화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차륜형 자주포가 미국 육군에 공급된다. 국산 무기체계가 미국과 직접 공급 계약을 맺은 첫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 Mobile Howitzer·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궤도형 K9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6·25전쟁 당시 미국이 한국에 포병전력을 지원한 지 76년 만에 한국이 미국의 포병전력 및 방산 기반 강화에 기여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자동화 포탑 적용한 K9MH…미 육군 요구 조건 충족

K9MH는 K9 자주포의 검증된 성능과 차륜형 플랫폼의 기동성을 결합한 모델로, 자동화 포탑을 적용했다.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 도입을 위해 올해 초부터 주요 글로벌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신형 자주포 시제품 제작을 의뢰했다. 납기와 요구 성능, 현지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MH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따냈다.


미 육군은 앞으로 최대 4년간 K9MH를 실제 작전운용개념에 맞게 세부 조정하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 육군의 운용 요구에 맞춘 성능 및 사양 보완이 이뤄진다. 통상 미군은 이 같은 맞춤화(customizing) 과정을 거친 뒤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 사유가 없으면 후속 양산 계약을 진행한다.

방사청 등 정부와 ‘원팀’ 공조…미국 시장 진출 뒷받침

이번 수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과 함께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주요 현안을 공유하며 사업 진행 과정에 공동 대응해왔다. 특히 수주를 앞둔 마지막 단계까지 신속하게 협의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며 계약 성사를 뒷받침했다.


이번 계약은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지원 역량을 결집한 민관 협력의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도 K9MH의 안정적인 공급과 미국 방산시장 확대를 위해 방사청 등 정부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 대한 투자도 추진해 미국 내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미 육군의 전력 현대화를 지원하는 현지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미군 수요 변화 선제 대응…2024년 K9MH 개발 착수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미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개발에 나선 한화 경영진의 판단도 있었다.


미 육군은 당초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인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제정세 변화와 장거리 전개 수요 증가 등에 따라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이 같은 미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예상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 사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 사업 준비에 속도를 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K9MH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성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방산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방산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으로 보고,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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