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13% 뛰었는데…‘양곡법’ 개정에 식품·외식업계 촉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8.19 06:43  수정 2026.08.19 06:43

정부, 27일부터 생산 단계부터 수급 조절

쌀 소비자물가 1분기 17.2%·2분기 13.2% 상승

공급 조절 속 가격 불확실성…김밥 이어 공깃밥도 들썩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쌀 가격이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쌀 수급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지만, 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개정 양곡관리법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핵심은 정부가 매년 적정 벼 재배면적과 논 타작물 재배 목표 등을 담은 양곡수급계획을 수립해 생산 단계부터 수급을 조절하고, 과잉생산이나 가격 급락이 발생하면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위법령안에서는 초과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5%에 해당하거나 단경기 쌀 가격이 평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대응 여부와 방식은 생산자·유통업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법 개정 배경에는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반복돼 온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쌀값 하락 이후 시장격리를 통해 남는 쌀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면, 앞으로는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미리 조절해 과잉생산 자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쌀. ⓒ뉴시스

다만 쌀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정 생산량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생산량을 지나치게 줄일 경우 오히려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처럼 쌀값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정책의 무게가 농가소득 안정과 소비자 부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도 과제다.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올해 쌀 소비자물가는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올해 1분기 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7.2%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3.2% 올랐다. 쌀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쌀 가격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산지쌀값과는 구분된다.


최근 쌀값 상승에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격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024년산 쌀을 초과생산량보다 많이 시장에서 격리한 가운데 도정수율 하락과 2025년산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시중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쌀 가격이 전·평년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과 비교하면 장기적인 상승폭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쌀 가격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최근 상승률이 더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쌀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가격의 핵심 변수는 올해 수확되는 신곡의 생산량이다.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줄면 높은 쌀값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작황이 양호해 공급량이 늘면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공깃밥ⓒ케티이미지뱅크
◇ 쌀값 상승에 외식물가도 ‘들썩’…공깃밥 3000원까지


쌀값 상승은 이미 외식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상승했다. 조사 대상 8개 주요 외식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업계의 부담은 김밥에 그치지 않는다. 쌀 사용 비중이 높은 한식당을 비롯해 도시락·죽·떡 등을 판매하는 업체와 급식업체 등도 쌀값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인건비와 임차료, 각종 식재료 가격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부담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나 대형 외식업체와 달리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장기 계약을 통해 가격 변동 위험을 낮추기 어려워 쌀값 상승분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협상력도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고 원가 상승분을 메뉴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메뉴 가격을 추가로 올릴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격 인상 대신 마진을 줄여 비용 부담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누적되면서 이를 더 이상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식당에서는 최근 2년간 식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오랫동안 1000원 수준에 머물던 공깃밥 가격을 2000원, 많게는 3000원까지 올려 받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공깃밥 가격이 장기간 동결된 것과 전반적인 식자재값 상승을 공깃밥 인상의 원인으로 꼽는다. 10년 전과 비교해 쌀값도 많이 올랐다. 정부가 쌀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볍씨를 수만 톤 수매해 물량을 풀지 않는 등 가격 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치솟는 쌀값에 급식업계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 군대, 병원 등 대규모 단체급식을 운영하는 급식업체들은 쌀을 대량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단가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학생·군 장병·환자 등 취약 계층의 식생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자재업계 관계자는 “쌀은 대체재가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급식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올해는 쌀 생산량이 감소했으나, 정부가 공공비축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풀리는 쌀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쌀 값이 상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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