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줄고 조달비용 부담 확대
고혜택 상품, 이용 늘면 비용도 증가
범용카드 줄이고 특화상품 중심 재편
카드사들이 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고혜택 상품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높은 할인·적립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혜자카드’가 잇따라 자취를 감추고 있다.
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로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고혜택 상품을 줄이고 있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과거 높은 할인율이나 적립률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상품의 단종과 혜택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신한카드의 ‘더모아’다.
2020년 11월 출시된 더모아는 결제금액 중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듬해 말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신규 발급 중단 이후에도 기존 가입자들은 카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통상 5년인 유효기간 만료가 최근 순차적으로 시작되면서 더모아도 사실상 퇴장 수순에 들어갔다.
신한카드가 대체 상품으로 제시한 ‘이츠모아’ 역시 1000원 미만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주지만 월 적립 한도는 최대 3만 포인트로 제한된다.
동일 가맹점 적립도 1일 1회, 월 3회로 제한되고 주유소와 통신요금, 의약품 등 일부 업종은 적립 대상에서 제외됐다.
높은 혜택으로 단기간에 가입자가 몰린 상품이 조기에 판매를 종료하는 사례도 있다.
하나카드가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와 선보인 ‘MG+ S 하나카드’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할인 혜택을 앞세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조기 단종됐다.
월 최대 6만원에 달했던 할인 혜택이 카드사와 제휴사 모두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후 출시된 상품의 최대 할인 한도는 4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외에도 롯데카드의 ‘라이킷펀(LIKIT FUN)’과 KB국민카드의 이마트 제휴카드 등이 단종됐고,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이 큰 일부 카드들도 최근 발급이 중단되거나 혜택이 축소되는 추세다.
소비자 호응이 높은 고혜택 상품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운 것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카드사가 부담하는 할인·적립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카드 결제를 통해 얻는 수익은 줄어든 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부담은 커지면서 고혜택 상품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AA+ 등급 3년 만기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4.341%로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가맹점 수수료를 통한 수익 기반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1조9174억원으로 2024년 1분기 2조139억원보다 965억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는 1960억원에서 2133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정리하는 이른바 ‘상품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신용·체크카드는 총 929종 순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용카드는 73종이 출시되고 97종이 단종돼 24종 순감했다. 체크카드 역시 22종이 출시되고 30종이 단종돼 8종 줄면서 신용·체크카드의 2023년 이후 누적 순감 규모는 961종으로 늘었다.
다만 카드사들이 모든 상품의 혜택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높은 할인·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범용 상품은 줄이는 대신 고객 유입이나 이용액 확대 효과가 뚜렷한 상품에 혜택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를 겨냥한 트래블카드나 특정 기업과 제휴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결제 규모가 큰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높은 혜택을 앞세워 최대한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고객층이나 소비 영역을 선별해 혜택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카드 상품 경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와 높아진 조달비용이 이어지는 한 과거와 같은 저연회비·고혜택 범용카드가 다시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회원을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품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앞으로는 혜택의 크기보다 고객의 실제 이용 패턴에 맞춰 필요한 영역에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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