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넘어 계약관리·사업비 협상까지
자본·내부통제 역량 새 경쟁력으로
업계 "기준 충족 여부 따라 격차"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이 추진되면서 GA의 권한과 책임 확대에 따른 업계 경쟁구도 변화가 예상된다.ⓒ연합뉴스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별도의 '보험판매전문회사'로 규율하는 입법이 추진되면서 GA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커지는 만큼 회사별 대응 역량에 따라 경쟁력 차이도 뚜렷해질 수 있어서다.
19일 보험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일정 요건을 갖춘 GA를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별도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배경에는 GA의 커진 시장 영향력이 있다.
지난해 말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31만9106명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 21만5586명보다 10만명 이상 많다.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 1000명 이상을 보유한 대형 GA도 44곳에 달하고 소속 설계사는 18만명을 넘어섰다.
보험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기존 보험대리점과 구분되는 법적 지위와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처럼 커진 GA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 대신 그에 맞는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데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하면 기존 보험 모집뿐 아니라 보험사고 접수와 계약 유지·관리, 소액보험금 지급 대행까지 맡을 수 있다.
보험사와 모집수수료 및 일부 보험종목의 사업비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은 GA 간 경쟁의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설계사 규모와 판매력이 GA의 외형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자본력과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까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대형 GA들은 판매전문회사 전환을 통해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계약 관리까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판매 과정에서의 책임 주체가 보다 명확해지는 만큼 커진 시장 영향력에 맞는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형 GA 관계자는 "확정된 법안을 보고 판단할 사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전환을 검토할 입장"이라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고객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느냐로, 특히 판매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면 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하면서 갖춰야 할 요건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개정안은 판매교육책임자와 소비자보호책임자, 준법감시책임자를 의무적으로 두고 최소자본금을 상시 유지하도록 했다.
소비자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이나 공제 가입도 의무화한다.
강화된 요건을 실제로 갖추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GA별 판매전문회사 전환 여력에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 조직과 자본력을 이미 확보한 대형 GA와 비교하면 중소형 GA는 전문인력 확보와 내부통제 체계 구축 등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향후 구체적인 요건이 어느 수준으로 정해지는지에 따라 판매전문회사 전환 여력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형 GA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보험판매전문회사 전환 여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단순히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건전한 영업환경과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지, 없다면 이를 구축해 나갈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판매전문회사 도입 이후 GA 간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개정안은 판매전문회사가 유지해야 할 최소자본금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업비 협상이 가능한 보험종목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최소자본금과 내부통제 요건이 어느 수준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GA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한 회사 규모보다는 강화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과 내부통제 역량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GA업계도 소비자 보호와 편익 극대화를 위한 더 높은 기준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구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는 이를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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