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고강도 세제개편안'에 민주당 내부도 발칵
부동산 민심 악화 우려에 서울 의원들 간담회 예고
'주가 누르기' 반발에 與내부서 보완법 발의되기도
일각선 "확실한 대책 나와야 지지율 방어 가능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 여론이 가장 민감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세제개편이 오히려 민심 흐름에 역행한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당내에서도 부동산·주식 관련 세금에 대해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에서의 공세도 거세지는데다 민심이 흔들리는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 당이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단 걱정까지 나온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 및 실무자가 참여한 가운데 7시간이 넘도록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며 "(세제개편안은)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왜곡된 과세 구조를 바로잡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제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직무대행은 "국민 목소리와 현장의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필요한 보완책 마련에도 팔을 걷어붙이겠다"며 "세제 정상화와 신속한 공급 확대를 함께 추진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 직무대행이 언급한대로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조세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꺼낸 "부동산 세제개편은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왜곡된 구조는 바로잡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제 정상화의 과정"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근로소득세는 여러 가지 가산하면 최고 49.5%까지 되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억밖에 안 된다"며 "세금 얘기하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어렵고 인기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조세 제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발언하며 세제개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의 직접 영향권인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입장은 더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철저한 보완을 거치지 않으면 부동산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에서다.
당권주자들도 부동산 세제개편에 대한 우려를 꺼냈다. 송영길 후보는 이날 KBS 방송토론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게 양도소득세에 있어서 장기보유 특별 공제를 직접 거주한 사람에 한정하고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거나 다른 집에 전세 얻어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선 배려하지 않고 과세를 하겠다는 것인데 저는 좀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후보도 같은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마음 같아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면서도 "당과 정부와 청와대가 이 부분에 대해 더 면밀하게, 세밀하게 입법화 작업을 거쳐야 될 것 같다. 공급 없는 세제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 국회부의장, 이소영 의원, 이훈기 의원 ⓒ뉴시스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법안의 책임은 국회에 있는데 정부안이 있다 하더라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안을 마련할 때 여러 유형들에 대해 꼼꼼하게 모니터를 했고 반영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소속이자 서울 송파병을 지역구로 둔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적잖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무거운 세금을 앞세운 정책이 매물 잠김과 전월세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TV '정국기상대'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해 "문재인 시즌 2보다 더 못하다고들 하는 많은 평가가 있다"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부동산 세제개편의) 타깃의 대부분 6070들이다. 생계형인데 그분들에게도 투기나 생계나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당신들 나가라' 그것밖엔 안 되지 않나"라며 "수입이 없으니 세금을 내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나갈 수밖에 없는데, 나가는 것도 거래세가 많고 나중에 자식에게 주려고 해도 양도세가 또 엄청나서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고, 물려주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론이 심상찮자 서울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6일 서울시당 차원에서 부동산 논의 모임을 갖기로 했다. 특위도 구성해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등에서 하는 정책에 대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11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의 서울지역 국토위 위원은 김남근·이용선 의원 등이 있다.
주식 관련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더 큰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이훈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경제부 안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 누르기 방지' 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정부안의 한계를 보완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안은) 오히려 기업에 '주가 누르기 기업'이 되지 않을 수 있는 회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기업 추정 요건으로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규정했는데, 기업들이 일부 기간에만 PBR 순위를 관리하는 편법을 쓸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또 이 의원은 자신의 안이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안과 취지를 같이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3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에 대한 완벽한 후속조치가 없으면 당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주식 자체도 굉장히 민감한 이슈인데 세금까지 건드려버리면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공급을 엄청 늘린다든지, 확실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든지 하는 내용이 나와야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일단은 세제개편에 대한 확실한 내용과 민심을 파악하고 살펴보는게 우선"이라면서도 "벌써 전월세난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제대로 파악해서 고칠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손을 봐서 국민에게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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