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따른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검토
LTV·DSR 이어 부담금까지…"현장 혼란 우려 커"
"단순 정책 제안일 뿐, 충분한 검증 선행돼야"
금융당국이 연구기관이 제안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을 실제 검토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충분한 검증 없이 새로운 대출 규제가 정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금융 규제의 새로운 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을 검토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외에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규제다.
금융권에서는 연구기관의 단순 정책 제안이 충분한 검증 없이 정부 정책 검토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안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방안을 후속 부동산 금융대책 검토 대상에 포함해 살펴보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금융위 금융분야 공개토론회에 이어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금융 분야 발제를 맡아 해당 정책을 재차 제안했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은 기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처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양적 규제와 달리, 대출 비용 자체를 높여 수요를 억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격 규제다.
김 연구위원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와 별도로 주택가격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부과한다.
가령 5억원 미만 주택은 0%, 5억~15억원 미만은 1%, 15억원 이상은 2%의 부담률을 적용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1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연 2%의 부담률을 적용해 대출이자 외에 연간 1200만원의 부담금을 추가로 내게 된다.
반면 같은 고가주택이라도 대출 없이 현금으로 매입하면 부담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제한된 대출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차주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학계든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담금 수준은 어느 정도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없다"며 "이 아이디어는 제가 최근에 제기한 이슈이기 때문에 학계에 논의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부담금 규모에 대해선 "금융토론회에서 예시로 10억원 정도는 1% 수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새로운 제도라 저항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금융당국의 규제 논의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실제 도입 여부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른 방안들과 함께 국민 의견과 대통령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와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량 규제를 포함한 모든 방안이 함께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금융특혜 회수' 기조와 맞물려 이번 제안의 제도화 속도가 빨라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충분한 검증이나 시장 영향 분석보다 정부 기조에 맞춘 규제 논의가 앞선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연구위원이 금융위 토론회에 이어 대통령 앞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발표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토론회 발제까지 이어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은행권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미 LTV와 DSR, 스트레스 DSR 등 복잡한 규제 체계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부담금까지 추가되면 대출 심사와 시스템 구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도 LTV로 대출 가능 한도를 산출한 뒤 DSR을 다시 계산하는 등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며 "여기에 부담금 산정까지 추가되면 실질 금리 산출과 대출 심사 체계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책이 바뀌면 내규와 전산 시스템을 모두 손봐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규제만 계속 논의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자를 내는데 다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라며 "결국 부담금도 차주가 떠안는 비용인 만큼 사실상 새로운 준조세 성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의 법적 근거와 부과 기준, 기존 대출 적용 여부 등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형평성과 소급 적용 논란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명확해야 시장도 대응할 수 있는데 새로운 규제 아이디어가 곧바로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현장 혼란만 커지고 있다"며 "시장 영향과 실효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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