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 매각 17억7000만원 근저당 설정
금융위 "사인 간 계약…규제 여부 판단 사안 아냐"
"국민 정서와 괴리 있어…부동산 정책 신뢰 흔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강하게 제한해 일반 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주택을 처분하면서 매수인의 부족한 자금을 보완하는 ‘매도인 금융’을 활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시스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로 주택시장 수요 억제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도인 금융'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도권 금융을 강하게 제한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사인 간 금융을 통해 주택을 처분했단 점에서 부동산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단 비판이 나온다.
21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가 공동 소유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에는 지난 16일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근저당권자는 이 대통령 외 1명, 채무자는 공동 매수인인 김모 씨와 조모 씨다.
정부의 6·27 대출규제로 고가 주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이 크게 제한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 부부는 매매대금 일부를 채권으로 남겨두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매각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별도의 현금 17억7000만원을 매수인에게 송금했다기보다 받아야 할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을 유예한 구조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매도인 금융’으로 불린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실행하는 대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사인 간 금융이다. 거래 자체는 현행법상 허용되며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쟁점은 거래의 적법성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제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융회사별 총량관리 등을 통해 가계대출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액 주담대 차주에게 이자 외에 별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정책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제도권 금융을 통한 레버리지는 강하게 제한하면서 매도인이 직접 부족한 자금을 보완하는 거래는 규제 밖에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거래가 금융규제 대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금융회사가 대출을 실행한 사례가 아니라 사인 간 계약"이라며 "금융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사안은 아니며 당국 소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사인 간 계약의 적정성을 금융당국이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정부는 대출규제로 늘어나는 사인 간 자금조달을 정책적으로 예의주시해 왔다.
국세청은 지난 5월 19일 초고가 주택 취득거래는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하고 고액 자금이 동원되는 특성상 소득누락, 편법증여 등 변칙적 자금조달 가능성이 큰 만큼 전수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앞서 국세청은 지난 5월 부동산 탈세 혐의자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 사인 간 채무 과다자'를 조사대상 첫 번째 유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출규제로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지자 부모 등으로부터 고액을 차용하거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택을 취득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채무가 실제 차용인지와 이자 지급 여부 등을 엄격하게 검증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편법 증여 및 탈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대통령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정책 결정권자인 이 대통령이 유사한 거래 방식을 활용했단 점에서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법적 적용 범위와 국민이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는 그동안 주택 거래에 대해 법적 기준뿐 아니라 도덕적 기준까지 강조해 왔던 만큼 정책을 설계하는 책임자의 거래로서는 국민이 받아들이는 정서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국민에게는 대출을 줄이라고 하면서 정작 정책 결정자는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한 대출 규제가 거래 자체를 막기보다 제도권 밖의 우회 금융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대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거나 일시적인 자금 공백이 생기면 과거에도 매도인이 일정 기간 금융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는 있었다"며 "다만 지금처럼 금융권 대출규제가 강한 상황에서는 제도권 금융을 대신하는 우회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부동산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의 재검토가 필요하단 견해다.
이창무 교수는 또 "규제가 원인이라면 풀어야 한다"며 "공급 부족에 더해 규제로 발생한 매물 감소와 전·월세 불안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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