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중동 정세에 국제유가 다시 90달러대…정부, 석유최고가격 '고심'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7.21 11:30  수정 2026.07.21 11:30

유가 한 달 만에 21% 급등

물가안정 vs 재정부담…'정부 딜레마'

수급 안정적이지만 '홍해 봉쇄' 등 변수

20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걸린 유가정보판 모습.ⓒ뉴시스

미국과 이란 간의 일시적인 종전 기대감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로 다시 급등하며 정부의 석유 가격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석유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했던 정부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8차 가격 고시를 앞두고 인상 여부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21일 산업통상부의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최근 미군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한 달 전인 6월 19일(73.6달러) 대비 약 21% 급등한 수치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해상 만데브 해협 봉쇄 선언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21일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는 이란의 10일간 휴전 제안 수용 가능성으로 전일 대비 0.5% 하락한 88.81달러를 기록하며 소폭 안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한 달 전 수준(72.48달러)보다는 22.5%나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시행된 7차 최고가격 고시에서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리터(ℓ)당 150원씩 인하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평화 무드 조성에 따른 유가 하락을 기대하며 시장 안정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휘발유 최고가격은 1784원, 경유는 1773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정부의 계산법은 복잡해졌다. 최고가격을 다시 인상할 경우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반면 가격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억제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해 뒀지만 수입 원가는 치솟는데 판매 가격만 묶어둘 경우 이 예산이 빠르게 고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원유 수급 측면에서는 당장 큰 차질이 없는 상태다. 대응본부 브리핑에 따르면 7~8월 원유는 전년 대비 110% 이상 확보됐으며, 종전 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한국향 유조선 6척 중 3척이 이번주 중 도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후티 반군에 의한 홍해 봉쇄 문제 등으로 국제유가가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6차 최고가격 고시 당시에도 정세 급변을 고려해 결정을 유보하고 기존 가격을 연장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정부가 상황을 더 지켜보기 위해 결정을 신중히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오는 24일 발표될 8차 최고가격은 중동 정세의 긴장감 속에서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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