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GW 규모 글로벌 톱8 전력 거인의 탄생
규모의 경제 확보로 전기요금 인상 억제
임원·본사 조직 슬림화 속 새 본사 유치전 ‘점화’
한성숙 국무총리·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제각각 흩어졌던 발전 공기업 5사가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단일 법인인 '한국발전(가칭)'으로의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과제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례 없는 조직적 대수술이다. 오는 2027년 10월 '한국발전'이라는 이름의 거대 공룡 공기업 탄생을 향한 청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기대와 함께 고용 안정, 본사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공기업 대수술…53GW 규모 글로벌 톱8 전력 거인의 탄생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발전 5개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노동조합과 함께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자리에서 이들 5사를 1개 법인으로 통합해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국발전'을 출범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이번 통합은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경쟁 촉진을 이유로 발전 부문을 쪼갠 지 25년 만의 회귀다.
정부가 다시 거대 단일 법인을 만들기로 한 배경에는 급변하는 에너지 안보 환경과 재생에너지 대전환 속도가 자리하고 있다. 통합 법인이 보유하게 될 발전설비 용량은 총 53GW 규모에 달한다. 이는 중국 업체를 제외할 경우 전 세계에서 8위권에 이르는 거대 전력사 수준이다.
기후부는 그동안 5개사로 쪼개져 중복 투자되던 연료 구매와 발전 설비 투자를 일원화함으로써 대규모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합 개발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으로써 미래 세대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억제하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5사장·10상임이사' 체제 해체… 1사장·4본부 개편과 인력 재배치
조직 구조도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기존 발전 5사에 각각 존재하던 5명의 사장과 5명의 감사, 10명의 상임이사 체제는 통합 후 '1사장·1감사·4상임이사' 체제로 대폭 간소화될 예정이다.
통합 본사 산하에는 ▲재생에너지 ▲정의로운전환 ▲안전기술 ▲기획관리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할 4개 본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본사 인력 역시 현재 2400여명에서 1800명 수준으로 약 600명 가량 줄인다.
감축되거나 재배치되는 인력의 향방은 전국에 신설될 3~4곳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가 맡게 될 예정이다. 이 조직은 태양광, 육상풍력 등 지역 단위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담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 지역 화력발전본부와 현장 인력은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되다가 오는 2040년까지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스케줄에 맞춰 순차적으로 지역재생에너지본부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김성환 장관 기후부 주재 간담회…팽팽한 의견 교환
이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는 발전사 경영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팽팽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일각에서는 공룡 공기업의 출현이 전력 시장의 독점을 심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과거처럼 석탄발전을 계속 유지하는 구조라면 지배적 사업자라는 비판이 타당할 수 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과 효율적 에너지 전환이 지상 과제"라며 "시장 독점 우려 때문에 비효율적인 분할 체제를 고수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노동계와 현장의 목소리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폐지 예정인 화력발전소의 정원이 사전에 반납되고 신규 사업 정원 배정 없이 통합 준비 인력까지 차출되면서 현장 인력 공백이 심각하다"며 "에너지 전환 특별 정원을 신설해 기존 정원 관리와는 별도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 또한 "어떤 경우에도 인위적인 대규모 감축이나 구조조정 없이 고용 승계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아오르는 본사 유치전…지자체간 전선 확잔 양상
통합과 관련해 뜨거운 감자는 단연 통합 본사의 '입지' 문제다. 현재 경남 진주(남동발전), 충남 보령(중부발전), 충남 태안(서부발전), 부산(남부발전), 울산(동서발전)에 분산되어 있는 기존 5사의 본사 사옥들은 각각 500명 안팎의 인력만을 수용할 수 있어 1800여 명이 근무할 통합 본사로는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역시 기존 건물을 활용하기보다는 본사를 새로 신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 때문에 기존 발전 5사 소재지들은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며 '본사 사수' 총력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전북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까지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지자체 간 전선이 사방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상주 인구 유입, 지방세 수입, 지역 상권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지자체 사활이 걸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지역 경제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사 위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연말까지 지자체 간의 물밑 로비와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10월 1일 '한국발전'의 공식 출범을 완수하기 위해 올해 정기국회 내에 특별법 제정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특별법에는 법인 설립 근거 외에도 고용 계약 포괄 승계, 조세 부담 완화, 기업결합 심사 면제 등 특례 조항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이달 중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하는 만큼, 25년 만의 전력 공기업 대통합 열차는 이미 멈출 수 없는 기세로 선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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