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처럼 버텨낸 고우석, 미네소타 불펜 구세주로 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7.10 09:13  수정 2026.07.10 09:13

미네소타 유니폼 입고, 한국인 역대 30번째 빅리거

피홈런 후 10구 접전 끝에 삼진, 강인한 멘탈 과시

빅리그 데뷔전 치른 고우석. ⓒ Imagn Images=연합뉴스

고우석이 모진 고초를 견뎌내고 마침내 미네소타에서 인동초(忍冬草)를 피워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로 미국 땅을 밟았으나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고우석(미네소타 트윈스)이 마침내 염원하던 꿈의 무대를 밟았다.


고우석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역대 30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라는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었다.


데뷔전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홈런 한 방을 허용하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으나, 마운드 위에서 뿌린 96마일(약 154.5km)의 파이어볼은 미네소타가 그를 왜 긴급 수혈했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2023시즌이 끝난 뒤, 고우석은 정들었던 LG 트윈스를 떠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고 부푼 꿈을 안았다. 특히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끈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기에 현지의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빅리그는 냉정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단 한 번도 빅리그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 경쟁으로 밀렸고, 급기야 트레이드 카드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적한 마이애미 말린스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투수진의 뎁스가 얕아 기회가 올 것으로 보였으나 현실은 마이너리그 싱글A와 더블A, 트리플A를 전전해야 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칠 법도 했으나 고우석에게 포기란 없었다.


고우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의 선택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마이너 계약이었다. 다시 한번 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


고우석은 더블A에서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고, 트리플A 무대에서도 직구 구위가 살아나며 빅리그 진입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구단은 야속하게도 끝내 고우석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피홈런 허용에도 강한 멘탈 과시한 고우석. ⓒ AP=연합뉴스

묵묵하게 기다리던 고우석에 손을 내민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갈 길이 바빴던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현재 심각한 불펜 난조를 겪으며 뒷문 불안에 시달리던 미네소타는 불펜 보강을 위해 디트로이트에 현금을 지급하며 고우석을 영입했다.


곧바로 빅리그로 콜업된 고우석은 이적 이틀 만에 등판 기회를 잡았다. 팀이 2-4로 뒤진 9회초, 마침내 타깃필드의 불펜 문이 열리고 고우석이 등장했다.


고우석은 첫 타자 다니엘 슈니먼을 상대로 88.6마일 스플리터를 던져 가볍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후속 타자 패트릭 베일리에게 던진 2구째 시속 89마일 슬라이더가 통타당해 우측 담장을 넘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됐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투였다.


다음 타자 스티븐 콴과의 승부에서는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시속 90.5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역사적인 빅리그 첫 탈삼진을 신고했다. 기세를 잡은 고우석은 트래비스 바자나를 공 2개 만에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9회를 매듭지었다.


비록 홈런 한 방을 허용했으나 고우석이 보여준 구위와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10구 접전을 승리로 이끄는 강인한 멘탈은 미네소타 벤치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현재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며 붕괴 직전에 몰린 미네소타의 불펜 사정을 감안할 때, 고우석에게는 앞으로 더 많고 중요한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샌디에이고에서의 외면, 마이애미에서의 방황, 디트로이트에서의 기약 없는 기다림까지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동초처럼 버텨낸 고우석이 미네소타의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 잠글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지, 30번째 코리안리거에게 야구팬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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