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술수출 아닌 글로벌 판매 수익 나눠 가질 것"
2조 위암 신약…연내 美 FDA 임상 3상 직행 승부수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위암 신약 후보물질 '지바스토미그(ABL111)'를 시작으로 수익 구조 고도화에 나선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수출(L/O) 후 로열티를 수령하는 단순 계약을 넘어 글로벌 빅파마와 판매 수익을 직접 나눠 갖는 '재정적 자립 구도'를 확립하겠다는 설명이다. 롤모델로는 중국 이노벤트와 덴마크 젠맵을 제시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와 이노벤트의 거래는 단순한 기술수출(L/O)이 아니라 리제너론과 사노피, 젠맵과 J&J의 관계처럼 글로벌 판매 수익(커머셜)의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라며 "이처럼 재정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에이비엘바이오 3.0 버전'이 저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이노벤트는 지난 5월 화이자와 약 16조원(105억 달러) 규모의 항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4개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두 회사가 함께 개발하는 구조다. 이때 이노벤트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나오는 수익을 화이자와 나눠 갖는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빅파마와 바이오텍 간 기술이전 후 로열티 수령 방식을 깬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첫 성과를 낼 파이프라인은 위암 신약 후보물질 지바스토미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바스토미그를 두고 단순 기술이전과 자체 임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장 파는 대신 가치를 더 키운 뒤 사업화 방식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바스토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가 적용된 후보물질이다. 위암 세포에 많은 클라우딘18.2를 표적한다. 이 표적이 있는 종양 부위에서만 4-1BB 신호로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구조다.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만 면역세포를 활성화 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였다. 공동 개발 파트너사는 미국 노바브릿지(옛 아이맵)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지금은 지바스토미그의 가치를 최대화 하는 데 양사가 초점을 맞췄다"며 "6개월 뒤나, 임상 3상 중간이나 기술이전 시점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지바스토미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을 취득했다. 임상 1b상을 마치고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3월에는 FDA와의 미팅에서 가속승인 경로에 합의했다. 현재 타임라인대로면 임상 2상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연내 허가용 임상 3상에 돌입할 수 있다. 자금 여력이 빠듯한 바이오텍에는 결정적인 기회다.
줄어든 시간에 힘입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일본 아스텔라스의 졸베툭시맙을 추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스텔라스는 이미 졸베툭시맙으로 위암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펨브롤리주맙 병용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아스텔라스의 후속 임상 3상 데이터는 2028년에서 2029년께 나올 전망이다.
지바스토미그가 빠르게 임상을 진행하면 아스텔라스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개발 완료 시점은 2029년 말에서 2030년으로 예상된다. 아스텔라스와 출시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때 효능과 부작용에서 앞설 수 있느냐다.
지바스토미그의 강점은 기존 약이 놓친 환자를 겨냥한다는 데 있다. 아스텔라스 졸베툭시맙은 클라우딘18.2 발현이 높은 환자에게만 듣는다. 면역항암제는 PD-L1 발현이 높은 환자에게 주로 듣는다. 둘 다 낮은 환자는 지금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이 대표는 지바스토미그가 이런 사각지대 환자에게도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쓸 수 있는 환자가 늘면 시장도 커진다.
이 대표는 "아스텔라스의 졸베툭시맙이 허가는 받았지만 부작용(사이드 이펙트)은 저희보다 더 심하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메디컬 언메트)가 있는 부분을 저희가 점령한다면 저희 마켓 사이즈는 충분히 2조 이상의 사이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우려됐던 것과 달리 혈액뇌관문(BBB) 셔틀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BBB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은 지난해 초 사노비가 개발 우선순위를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에이비엘바이오 주가 급락 원인이 됐었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에 파킨슨병 표적 항체를 결합한 물질이다.
이 대표는 개발 중단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노피가 약효를 측정할 지표(바이오마커) 준비에 시간이 걸려 임상 시점을 미룬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우선순위가 조정된 것은 ABL301 하나일 뿐 그랩바디-B 플랫폼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잇달아 그랩바디-B를 찾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4월 GSK와 4조1000억원 규모로 이 플랫폼을 기술이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릴리와 3조8000억원 규모로 같은 플랫폼을 넘겼다. 특히 릴리와의 계약은 유전자치료제(siRNA)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siRNA는 원래 간과 신장으로만 전달이 용이해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에 국한됐다. 여기에 그랩바디-B를 결합하면 뇌와 근육은 물론 심장 폐 등 말초 조직까지 약물을 보낼 수 있다. 이 대표는 "아직은 저희가 공개를 못하는 siRNA용 BBB 셔틀"이라며 "특허는 이미 준비해서 지금 계속 가출원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도 밸류 상승의 축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암을 죽이는 약물을 결합한 치료제다. 이 결합한 약물을 페이로드라고 부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외 회사와 공동 연구로 독성 약물 두 개를 붙인 조합(듀얼 페이로드) 4가지를 확보했다. 현재 환자의 종양을 옮겨 심은 동물 모델로 대규모 검증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ADC를 하는 회사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듀얼 페이로드나 노블 페이로드를 갖고 개발을 해야 된다"며 "이중항체 4개에다가 페이로드 4개를 모든 조합으로 결합한 뒤 각각의 적응증 별로도 다 시험을 해야 해서 자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이 대표는 재정적 자립 모델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전까지는 절대 은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향후 5~7년은 절대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 미션이 안 끝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커머셜 밸류가 있는 순간 회사는 충분히 스태빌리티가 있는데 창업자는 이 스태빌리티를 완성하고 가야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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