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도산안창호함까지 보냈지만…캐나다는 왜 독일을 택했나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7.07 10:43  수정 2026.07.07 10:43

부제 실전 검증·조기 납기 앞세웠지만…승부는 NATO서 갈려

SAFE 참여·유럽 안보 협력이 가른 60조 잠수함 수주 사업

한화오션은 예비 공급자로…협상 결렬 시 재도전 길은 남아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서 캐나다 해군 장병들이 입항하는 도산안창호함 장병들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평양을 건너간 실물 잠수함과 청와대의 대통령 친서, 그룹 부회장의 거제 현장 초청까지. 한국이 쏟아부은 총력전에도 캐나다의 최종 선택은 결국 독일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 마크 카니 총리가 직접 발표한 뒤 곧바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TKMS를 우선 공급자로 선정하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자로 재지정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는 늦어도 2027년 말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첫 4척은 2034년 인도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발표 직전까지도 승부는 초박빙으로 여겨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수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스코어로 물어보면 50대 50 정도"라고 답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캐나다를 방문한 카니 총리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으로 직접 초청해 현지에 지을 잠수함 유지보수(MRO) 시설 계획을 설명하는 등 총력전을 폈고, 강 실장도 올 초 캐나다를 찾아 카니 총리에게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실물 도산안창호함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해군기지에 직접 입항시켜 현지 해군과 연합훈련을 벌이며 조기 건조 능력을 눈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승부처는 결국 잠수함 성능이 아니라 유지보수 역량이었다. 캐나다 국방투자청(DIA)이 공개한 평가 항목 배점은 유지보수(MRO) 50%, 잠수함 플랫폼 20%, 금융 15%, 전략·경제적 파트너십 15%로, 수십 년에 걸친 후속 군수지원 역량에 압도적인 비중을 뒀다. 다만 이는 정비 역량의 우열보다 구조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현지에 별도 MRO 시설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독일·노르웨이와 함께 3국이 같은 기종을 공동 운용하며 정비·훈련 체계를 나눌 수 있다는 TKMS의 NATO 상호운용성 서사가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올해 2월 정식 서명·발효한 협정을 통해 약 1500억 유로 규모의 EU 공동방위조달기금 'SAFE'에 비유럽권 국가로는 처음 참여하게 됐다. 칼턴대 펜 햄슨 교수는 SAFE 협상 타결 직후 더 글로브 앤드 메일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이 기금 참여에 따른 유럽 측의 호혜적 조치를 기대하려면 유럽에 상당한 규모의 방산계약을 발주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절충교역(ITB) 정책과 유럽 방산 공급망 강화 기조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막판에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자국과 노르웨이에 갈 인도 물량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캐나다 몫을 앞당기겠다고 나섰고, 그 결과 애초 2036년으로 거론되던 인도 시점이 2034년으로 당겨졌다. 지난 3일에는 라스 클링바일 독일 사민당 대표 등 정권 실세들이 비스마르의 TKMS 조선소를 방문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이보다 앞선 2032년까지 실전 배치 가능한 물량을 인도하겠다는 납기 경쟁력을 앞세웠지만 최종 선택에는 이르지 못했다.


경제 패키지도 양측 모두 대규모였다. TKMS-노르웨이 컨소시엄은 사업 기간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 860억 캐나다달러를 기여하고 65만 개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제시했으며 희토류·광업·AI·배터리 생산을 아우르는 투자 패키지도 포함시켰다. 한화오션은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무역·투자 유치와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현지 기업과 손잡은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구축,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K9 자주포·천무 현지 생산까지 제안했다. 캐나다 정부는 앞서 예산 제약이 없다면 양사 기종을 6척씩 나눠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함대를 분할하면 비용이 가중되고 서로 다른 두 체계를 유지·보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는 취지로 밝히며 단일 공급자 체제로 결론냈다.


지난해 10월 30일 마크 카니(앞줄 왼쪽 세번째) 캐나다 총리와 김민석(앞줄 왼쪽 두번째) 전 국무총리, 김동관(앞줄 왼쪽 네번째)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30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잠수함 장영실함에 올랐다.ⓒ뉴시스

더 글로브 앤드 메일 보도에서 캐나다 국방정책 전문가인 칼턴대 필리프 라가세 교수는 한화오션과 한국 정부의 노력이 캐나다 방산 프로젝트에서 통상 보기 힘든 수준으로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으로서는 NATO 동맹국인 캐나다 시장에 잠수함으로 진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지녔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지는 앞서 이번 발표 전날 캐나다 국방부가 CPSP 지원을 위해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2~3년 규모의 자문 계약 절차에 착수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ACAN 첨부문서에 따르면 PwC는 조달·유지 전략, 협상·의사결정 지원, 리스크·시나리오 분석 등을 자문한다. 사전선정 사유로는 네덜란드 잠수함 교체사업에 대한 자문 경험과 NATO 잠수함 조달 전략에 대한 직접 경험이 꼽혔다. PwC의 구체적 자문 범위가 TKMS와의 향후 협상 국면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캐나다는 새로 도입하는 잠수함을 대서양과 태평양 함대에 절반씩 나눠 배치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최종 계약 서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계약 체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수 있으며 한화오션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협상 대상으로 다시 지정될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에도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유럽 잠수함 시장 진입 시도가 이번까지 두 차례 연속 벽에 부딪힌 셈이다. 다만 북미·유럽의 해군 전력 증강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한국 조선·방산업계가 다른 잠수함·함정 사업에서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형 잠수함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한정적으로, 유럽 대형 수출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의 수주 잔고가 길어지고 있고 프랑스는 기술 완전을 내걸고 공격적으로 수출 슬롯을 채워가는 중"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해양방산 무기체계 수출 슬롯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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