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팬·터보프롭 등 장수명 엔진 시제 2종 공개
엔진 국산화로 성능 개량·수출 자유도 확보 나서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이 지난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국산 항공엔진 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개발이 성공하지 못하면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내 무인기 국산화의 무게중심이 기체에서 엔진으로 옮겨가고 있다. 비행 제어와 임무 장비 등을 국내 기술로 갖추더라도 엔진을 해외에 의존하면 성능 개량과 수출 과정에서 제약이 따라 붙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첫 단계다. 두 엔진은 각각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중고도 무인기에 적용될 장수명 항공엔진이다. 국내에서 수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항공엔진 시제가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6일 창원1사업장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항공엔진 국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만대 이상의 항공엔진을 생산하고 개발과 제조, 시험, 정비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역량을 쌓아왔지만, 이런 성과 뒤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며 “바로 항공엔진의 독자 개발이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항공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고도의 정밀함과 극한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항공엔진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현재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은 소수 국가와 일부 대형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투기용 엔진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며 ▲제너럴 일렉트릭(GE) ▲롤스로이스 ▲프랫앤휘트니(P&W) 등 글로벌 ‘빅 3’ 기업이 글로벌 유인기 엔진 시장의 70~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 첨단엔진사업팀장은 “항공엔진 관련 기술은 (이들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며 “인도, 튀르키예, 한국, 일본과 같은 신흥국들이 엔진 개발을 시작하고 있지만 굉장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KF-21 ⓒKAI
해외 엔진 의존은 수출 문제로도 이어진다. 엔진을 정비하거나 성능을 개량할 때 뿐만 아니라 해당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를 수출할 때도 원 제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GE의 F414 엔진을 장착한 KF-21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산 무인기 엔진 개발이 단순한 부품 국산화를 넘어 수출 자유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개발도 이러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이 운용 중인 중고도 무인기에는 P&W의 캐나다 자회사인 P&WC PT6 엔진이 탑재돼 있다. 김 팀장은 “PT6는 베스트셀러 엔진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중고도 무인기를 자유롭게 수출할 때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도에 터보프롭 엔진 개발을 급하게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저피탐 무인편대기 등 미래 무인기 체계와 연결된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KF-21 전투기와 연계해 정찰, 전자전,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무인항공체계다. 유무인 복합체계가 확대될수록 고성능 무인기용 엔진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터보팬 엔진 중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엔진으로, 이 엔진 개발이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다”며 “유무인 복합체계, AI 등 미래 무인 체계로 가기 위한 기술적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엔진 개발을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1만파운드급 엔진은 5500파운드급 엔진에서 확보한 코어 엔진을 키워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등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김 팀장은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에 대해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이 참여하는 다부처 과제로 사업 기획을 완료해 과기부의 사업 추진 심사에 접수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엔진 개발과 소재 개발, 시험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해 14년간 약 5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공개는 시제 완성과 지상 시험 착수 단계다. 실제 양산까지는 비행 시험과 신뢰성 검증, 소재 국산화 등의 과제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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