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분수령 9월 정기국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막판 조율
황석진 동국대 교수 "기본법은 규제가 아닌 산업 육성의 출발점"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가 지난 10일 동국대 혜화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법안의 큰 틀은 이미 마련됐습니다. 9월 정기국회를 놓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또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또 한 번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산업 전반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사실상 연내 입법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법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단계는 지났다"며 "법안의 큰 방향은 이미 정리됐고 일부 쟁점만 조율하면 된다. 이번 정기국회를 넘기면 입법은 다시 상당 기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입법이 늦어질수록 국내 산업만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시장 구조를 정비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과 스테이블코인 제도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은 이미 미카(MiCA)를 시행하고 있다"며 "지금 세계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제도 경쟁을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투자자 보호를 넘어 산업 육성과 금융혁신까지 포함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꼽았다.
해당 조항은 거래소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해 왔다.
황 교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은 충분히 추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 같은 쟁점 때문에 산업 전체의 기반이 될 기본법 제정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법이 있어야 시행령을 만들고 후속 제도도 마련할 수 있다"며 "개별 조항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산업의 기본 질서를 세울 법적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가 지난 10일 동국대 혜화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희 기자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업권법'이다.
현재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를 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은행은 은행법,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처럼 업권을 규율하는 법이 있는 반면 디지털자산 산업은 아직 별도의 업권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만든 법인데 여기에 사업자 신고 체계를 넣어 산업을 관리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3년마다 신고를 갱신해야 하는 현재 구조도 정상적인 업권 체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법이 마련되면 발행과 거래, 수탁, 지갑관리, 결제 등 기능별 사업자를 각각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거래소 중심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로 전환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특히 기본법이 시행되면 거래소 운영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거래지원(상장) 기준과 공시 체계 상당 부분이 거래소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앞으로는 법률에 근거한 공시와 상장 기준, 시장감시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시제도와 상장 기준, 시장감시기구가 함께 구축되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기관투자자가 안심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법에 담길 또 다른 핵심 축은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다.
황 교수는 "디지털자산은 금융뿐 아니라 IT, 세제, 외환, 국제통상까지 모두 연결되는 산업"이라며 "금융위원회만으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계부처를 조정하고 국가 전략을 수립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자산 토큰화(RWA), 기관용 디지털화폐(CBDC) 등도 각각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지털 금융 전략 안에서 유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도 기본법의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황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은행 중심 모델과 민간 중심 모델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은행만 발행하면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혁신이 부족하고, 누구나 발행하도록 하면 금융안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비은행 사업자도 일정한 자기자본과 준비금, 내부통제 요건을 갖추면 발행을 허용하고 은행은 준비금 관리와 결제 인프라를 담당하는 혼합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황 교수는 기본법 통과 이후에는 시행령 마련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사업자 인가 기준과 거래지원 기준, 공시 의무, 커스터디 내부통제 등 세부 제도가 명확해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된다"며 "정부와 국회, 업계가 시행령 단계에서도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이 2~3년 더 늦어진다면 국내 기업과 투자자금, 인재는 규제가 명확한 해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연내 기본법이 통과된다면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는 물론 원화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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