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던 중증환자, 지역 국립대병원이 잡는다 [D:로그인]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7.06 07:00  수정 2026.07.06 07:00

상경진료 비용 年 4조6000억원 발생

전문의·장비·R&D 격차 줄여 ‘빅5급’ 육성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지역에서 중증질환을 치료받기 어려워 서울 대형병원으로 향하던 의료 흐름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국립대학병원을 지역 필수의료 거점으로 키운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린 중증·응급 진료 기능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의료기관을 묶는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의료 위기는 이미 단순한 의료 접근성 문제를 넘어 정주 여건과 지역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역에서 중증질환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환자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지역 병원은 다시 인력과 환자를 잃는 악순환에 놓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과 충북 간 12.7%p 차이가 나고 지역환자의 상경진료 비용은 연 4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립대학병원은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기관이자 필수의료 제공, 의료인력 양성, 의학 연구를 함께 맡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수도권 대형병원과의 격차가 크다. 10병상당 전문의 수는 수도권 빅5 병원이 4.1~4.8명인 반면 지역 국립대학병원은 2.3~3.3명 수준이다. 서울 대형병원과 비교하면 첨단의료기기 격차는 4배, 연구실적 격차는 5.9배다.


이에 정부는 국립대학병원을 단순 진료기관이 아니라 임상·연구·교육·공공정책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지역 핵심병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전문의 늘리고 장비 보강…지역서 중증치료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역에서도 암 등 중증질환을 완결적으로 치료하고 응급·분만·심뇌혈관질환 등 급성기 필수의료 질환에 24시간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학병원 전임교원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리고 필수진료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인력 확보를 가로막는 제도도 손본다. 정부는 기타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추진해 총인건비 제한, 정원 통제, 채용 절차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민간병원과의 보수 격차와 경직적인 채용 구조가 지역 국립대학병원의 인력난을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시설·장비 투자도 병행된다. 중환자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확충하고 로봇수술기, 첨단 암치료 장비 등 고난도 진단·치료 장비를 지원한다.


현재 국립대학병원의 유방 X선 촬영검사장비 노후화 비율은 37.1%로 빅5 병원 4.3%보다 높다. 종양치료기 등 첨단의료기기도 빅5 병원 평균 1.8대, 국립대학병원 0.5대 수준에 그친다.


AI 기반 진료체계 구축도 추진된다. 정부는 상용화된 AI 진료시스템을 도입해 중증질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응급환자 신속 대응을 지원한다. 이후 다양한 AI 진료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AI를 병원정보시스템에 내재화해 진단·치료·환자관리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응급·모자·심뇌·외상·어린이 등 5개 정부지정 필수의료센터도 국립대학병원 중심으로 확대한다.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적정 시간 내 이송병원을 찾지 못하면 국립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우선 수용해 응급환자 안정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구·수련 격차 해소…지역 의료인력 양성


연구 분야에서는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중증·희귀난치질환 연구와 의료기술혁신 거점으로 키운다. 현재 복지부의 올해 R&D 예산 1조1194억원 가운데 국립대학병원 R&D 예산은 1004억원으로 9% 수준이다.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 1개소 예산이 541억원으로 지역 국립대학병원 9개소 463억원보다 많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9개 지역 국립대학병원 중 5개 병원에 연구장비, R&D, 전문인력 비용으로 3년간 총 5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2028년부터 2036년까지는 9개 전체 지역 국립대학병원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체 국립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 간 임상데이터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개별 병원이 확보하기 어려운 대규모 임상데이터를 공공병원 간 연계로 모아 중증·희귀난치질환 연구와 고가 신약의 실제 치료효과 분석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신 치료기술의 지역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급여 결정 근거를 보완하는 장치로도 쓰일 수 있다.


교육·수련 분야에서는 국립대학병원을 지역 의료인력 양성의 핵심기관으로 재정립한다. 2026년 전공의 1년차 전기 모집 결과 지역 국립대학병원 내과 충원율은 23.2%에 그쳤고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정부는 전공의 정원 중 지역 국립대학병원 배정 비율을 현재 17.8%에서 2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권역 단위 협력수련 체계도 강화한다. 국립대학병원이 권역 내 협력수련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지역 내 2차병원, 전문병원 등과 연계한 수련 과정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지역의사제와 연계한 지원체계도 구축해 학생 단계부터 전공의 수련, 전문의 정착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한다.


지역 의료자원 묶는 컨트롤타워로


공공정책 기능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립대학병원이 중앙정부 정책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하고 국립중앙병원,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등이 참여하는 가칭 공공보건의료 협의회를 신설한다. 중앙 단위 공공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 지역 국립대학병원의 현장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권역 단위에서는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총괄한다. 질환별·상황별 진료 의뢰·회송 표준 절차를 정립하고 적합한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신속히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부족한 의료인력과 병상, 장비를 지역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정 기능도 맡는다.


국립대학병원장을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진료협력체계 운영에 필요한 조치 이행 요청 권한, 협력체계 참여 의료기관 지정 또는 취소 요청 권한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의료자원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조정 권한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법·재정 기반도 함께 정비한다. 정부는 현행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을 ‘국립대학병원 설치 및 지원법’으로 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책무를 명시하고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2027년 1월에는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국립대학병원 인력, 인프라, AX,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에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국립대학병원이 있다는 것은 곧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라며 “국립대학병원 육성은 의료정책을 넘어 지역 정주여건 개선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투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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