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 70개국서 K브랜드 상표 직접 보호
위조상품 11조원…매출·일자리·세수 손실 눈덩이
K푸드·K뷰티 겨냥한 짝퉁 기승…기업 피해 심화
화장품·식품업계 "국가 차원 대응" 기대감 확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식재산처의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도입 방안 등에 대한 브리핑에 앞서 직원이 한류편승상품 등을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해외에서 기승을 부리는 K브랜드 위조상품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위조상품의 확산이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브랜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해외 위조상품 대응은 개별 기업의 몫이었다. 그러나 중소·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기업이 해외에서 위조상품을 적발하고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에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진 만큼, 정부가 국가 차원의 보호 체계를 구축해 직접 보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지식재산처(구 특허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우리 수출기업의 위조상품 유통과 상표 침해에 직접 대응하는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오는 8월부터 도입한다. 정부가 직접 해외 주요 수출국 70개국에 인증상표를 등록하고 권리자로서 위조상품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 인증 마크를 자율적으로 자사 상품에 부착하고, 해외 소비자는 이를 통해 정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서 인증 마크를 도용한 위조 상품이 유통될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현지 사법 당국과 세관에 수사와 단속, 통관 보류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늘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K브랜드의 이름과 로고, 포장 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베낀 위조상품이 해외 시장에서 확산하는 데다, 최근에는 정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지면서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실제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매출은 7조원 감소했고, 1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위조 화장품.ⓒ인천본부세관 제공
◇ 위조 화장품 확산에 소송전까지…K뷰티 몸살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업계는 뷰티업계다. K뷰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위조 화장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위조 화장품 역시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유통되며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덩달아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K브랜드 위조상품은 11만7000점에 달한다. 주요 발송국은 중국이 97.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4만1903건으로 전체의 35.9%를 기록해 가장 많았다.
위조상품 피해는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미녀 운영사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미국에서 위조상품 판매업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아마존, 이베이, 테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공식 판매자인 것처럼 위장해 위조 화장품을 유통했다”고 밝혔다.
위조 화장품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위조상품보다 위험성이 크다. 제조원과 유통 경로가 불분명해 원료 배합과 제조·품질관리 상태, 미생물 오염 여부, 표시 성분의 정확성 등을 확인하기 어렵고, 불법 유해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 관세청, 대한화장품협회가 위조 화장품 대응을 위한 별도 업무협약을 맺으며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관계 기관은 위조 화장품 유통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모니터링, 통관 차단, 시험·검사, 교육·홍보 등을 공동 추진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위조상품을 발견해도 판매자가 수시로 계정을 바꾸거나 플랫폼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정부가 직접 보호 체계를 갖추면 중소·인디 브랜드들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불닭볶음면 유사상품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식품업계도 골칫거리…불닭·초코파이까지 모방
식품업계 역시 이번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라면과 소스, 조미료 등을 모방한 위조상품이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정품과 유사한 포장과 제품명으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식재산처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식품업종의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차단 적발 건수는 2024년 2609건으로 2021년(1312건) 대비 약 99% 증가했다.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라면과 소스, 조미료 등을 모방한 제품도 크게 늘었다. 2025년도는 아직 공개 전이다.
통상 이런 ‘짝퉁 식품’은 시장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한편으론 시장을 확장시키는 순기능도 있지만 경쟁사 간 소송전과 비방전 등 부작용이 상당해 업계에선 오랜 골칫거리로 통한다.
식품업계의 경우 두고두고 기록될 만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중국의 다리식품에서 만든 초코파이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비슷한 겉모양과 맛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여기에 스타 마케팅까지 더하며 후발주자가 원조의 발목을 잡았다.
또 중국의 수많은 라면 회사들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고스란히 카피한 제품을 내놓은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봉지 디자인부터 색감까지 원조 불닭볶음면과 구분이 되지 않게 제품을 내놓아 한국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 제품이 많이 노출되고, 국내 가수나 배우들이 한국 제품을 이용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유 되면서 미투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 기업의 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 한 기업의 연구개발(R&D) 의욕을 떨어뜨리는 데다, 소비자가 원래 구입하려던 제품이 아닌 경쟁사 제품을 사도록 유인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적 기준을 교묘히 회피하는 지능적 위조상품이나 미투상품이 폭증하고 있어 더욱 큰 문제였다”며 “향후 한국조폐공사의 위조방지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해외 위조상품 단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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