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아내를 굳이 따라간다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연&]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6.07.05 15:24  수정 2026.07.05 16:06

※ 다양한 사연을 귀 기울여 듣고 기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 변호사가 조언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연자의 이야기

저는 현재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아버지입니다.


얼마 전, 아내가 2년 전부터 외도를 해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으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재산은 필요 없으니 그냥 합의 이혼만 해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한 채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 배신감보다 먼저 허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무너진 신뢰 위에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혼 자체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입니다. 저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 곁을 지키려 노력했고, 아플 때나 힘들 때나 항상 먼저 달려갔습니다. 다정하고 헌신적인 아버지였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아이들은 그냥 엄마를 따라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할 뿐, 속 마음을 쉽게 꺼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내는 현재 만나고 있는 외도 상대와 재혼할 계획이며, 그 사람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유하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단순히 엄마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아내는 아이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본인이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제 경제적 형편이 아내의 상대보다 넉넉하지 않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들이 지금 다소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켜야 할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도를 선택한 아내보다, 제가 아이들을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만약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제가 양육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양육권 행사할 수 있을까

사연을 접한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양육권 문제에서는 누구의 잘못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혼 후 아이들에게 누가 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배우자의 외도는 혼인관계 파탄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육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미성년인 자의 성별과 연령,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의 의사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성년인 자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데일리안DB

즉, 법원은 부모의 도덕성도 살피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누구와 더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해왔는지, 앞으로 누가 더 안정적으로 아이들의 삶을 돌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이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했다고 해서 그 의사만으로 양육권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면서 "중학생 정도라면 아이들의 의견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지만, 법원은 그 의사가 형성된 배경까지 함께 신중히 살펴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사안에서는 아내가 외도 상대방과의 재혼을 전제로 아이들을 데려가려 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갑작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혼란과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연자께서 지금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셔야 할 것은 억울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안정적인 보호자였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양육에 꾸준히 참여해온 기록, 학교생활과 병원 진료 과정에서 보호자로서 역할을 했던 자료들, 그리고 아이들과의 정서적 유대가 드러나는 흔적들은 모두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기억하셔야 할 것은, 지금 아이들의 선택이 곧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법은 아이들의 선택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선택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까지 함께 들여다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양육권은 누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책임감 있고 안정적으로 아이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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