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에서 재탄생한 캐릭터와 무대…예능·케이팝이 만든 확장 [온라인으로 서사 확장하는 TV콘텐츠②]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03 14:01  수정 2026.07.03 14:01

‘무도’ 밈부터 음방 직캠까지…유튜브 코어로 뭉친 예능·케이팝의 무한 재생산

목요일 저녁, 음악방송 본방 사수를 마친 케이팝(K-POP) 팬들의 진짜 ‘덕질’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멤버별 ‘입덕직캠’과 무대 풀캠 등의 콘텐츠가 중심을 잡으면, 여기서 파생된 10초 남짓 클립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생태계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MBC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본방송이 끝난 뒤 출연자의 매력을 즐기면서 클립을 만들어내면 SNS 알고리즘이 관련 밈(Meme)을 생성한다. 이제 예능과 케이팝 영역에서 TV 본방송은 캐릭터와 무대를 세상에 내놓는 출발점일 뿐, 콘텐츠의 진짜 생명력이 연장되는 곳은 유튜브를 코어로 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 확장은 ‘역주행’에서 시작됐다. 2018년 종영한 MBC ‘무한도전’은 5분 내외로 쪼개어 편집된 MBC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오분순삭’ 클립을 통해 캐릭터들이 재소비되고 있다. 종영 후 8년이 지난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이, ‘현재’ TV에서 방영되는 예능 이상의 강력한 ‘밈’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TV 방송이 끝났어도 온라인 아카이브 안에서 캐릭터의 생명력이 순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능계에서 일찌감치 이 흐름을 기획 단계부터 보여준 프로그램은 ‘신서유기’다. ‘신서유기’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발해 TV 편성과 스핀오프까지 확장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신효정 에그이즈커밍 PD는 “‘신서유기’를 시작할 당시에는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막 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며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매체에서 새로운 문법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논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신 PD는 특히 “신서유기는 ‘무조건 웃기는 프로그램’을 지향했기 때문에 TV 방송에서 요구되는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TV 방송의 러닝타임이나 편성, 심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이는 ‘신서유기’의 색깔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티빙

초기 ‘신서유기’는 지금의 웹 콘텐츠보다도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신 PD는 “배달 퀴즈, 과감한 편집, 원색 위주의 직설적인 자막 등 온라인에 맞는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그 결과 온라인에서 시작된 표현 방식들이 점차 대중화되며 TV 방송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서유기’는 TV의 제약을 받지 않은 콘텐츠 감각을 다시 TV 예능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후 신 PD와 나영석 PD 등 주요 연출진들이 세운 외주제작사 에그이즈커밍과 CJ ENM은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개설하고 TV와 유튜브의 역할을 나눠 쓰는 방식을 더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제 예능 판도는 웹 전용으로 기획된 채널 ‘뜬뜬’의 ‘핑계고’나 ‘테오’(TEO)의 ‘살롱드립’ 등 60분이 넘어가는 온라인식 ‘롱폼 토크’와 날것의 편집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의 자막·편집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며 TV와 온라인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나아가 방송사가 구축한 예능 IP가 온라인 채널을 매개로 케이팝과 결합하면서, 플랫폼 간의 장벽뿐만 아니라 장르 간의 경계까지 지우고 있다. ‘출장 십오야’와 방탄소년단(BTS) 자체 콘텐츠 ‘달려라 방탄’의 협업은 기성 방송인들이 만든 방송 예능과 아이돌 자체 콘텐츠가 서로의 플랫폼을 오간 대표적인 사례다. 방송 예능의 게임·자막·편집 문법과 아이돌 자컨의 팬덤 친화적 소비 방식이 결합했다.


신 PD는 “아이돌 입장에서는 기존의 대중적인 IP에 멤버 전원이 함께 출연할 수 있고, 제작사나 방송사는 팬덤을 통해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이돌 자체 콘텐츠가 대중화되면서 콘텐츠 제작사와 기획사 내부 제작 조직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며 “단순한 컬래버레이션을 넘어 아이돌 콘텐츠의 대중성을 확장하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후 세븐틴(SEVENTEEN)을 내세운 ‘나나투어’, ‘나나민박’ 역시 기존 IP의 설정을 활용하되, 특정 출연자와 팬덤, 공개 플랫폼의 특성을 결합해 별도 콘텐츠로 확장해 나갔다.


르세라핌의 ‘무브 투 퍼포먼스’ 영상. ⓒ‘스튜디오춤’ 유튜브 채널

케이팝이 주 무대로 하는 음악방송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한 장르다. 음악방송에서는 한 팀의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여준다면 온라인상에서는 그 무대를 멤버별 직캠, 그룹 풀캠, 숏폼 영상으로 다시 쪼개고 콘텐츠의 범위를 넓힌다. 팬들은 본방송 무대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멤버들의 표정과 동선, 퍼포먼스 디테일을 반복적으로 소비한다.


지상파 3사의 경우 유튜브 채널에 자사 음악방송과 채널을 모아 한 번에 제공하는데, 여기서 주로 강조하는 콘텐츠가 본 무대 외적인 무대다. MBC ‘음악중심’은 무대 전후 팬들과의 소통까지 담은 ‘직캠 보고서’ 등을, SBS ‘인기가요’는 팬들 사이에서 화제인 SBS 매점을 활용한 ‘인기가요 끝나면 매점가요’ 등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붙잡는다.


이 가운데 엠넷(Mnet)은 그룹의 곡을 일렬로 서서 한명씩 보여주는 ‘릴레이댄스’, 그룹의 곡부터 커버곡까지 범위를 확장한 ‘스튜디오춤’, 편집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앵글에서 아티스트가 튀어나오는 ‘무브 투 퍼포먼스’(MOVE TO PERFORMANCE)까지 음악방송 외의 무대를 가장 세분화해온 채널로 꼽힌다. 그 중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을 연출하는 제작진은 음악방송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본다. ‘엠카운트다운’ 제작진은 “과거 음악방송이 ‘한 번의 무대를 보여주는 플랫폼’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무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방송 무대는 더 이상 방송이 끝나는 순간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계속해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콘텐츠가 됐다”며 “멤버별 직캠이나 입덕직캠은 아티스트 개인의 매력과 퍼포먼스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고, 풀캠은 팀 전체의 안무와 구성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숏폼 생태계를 겨냥한 유기적 확장이 이뤄진다. 음악방송 컴백 무대 직후 대기실이나 세트 뒤편에서 촬영되는 타이틀곡 챌린지 숏폼 영상들은 글로벌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 본방 무대만큼이나 높은 화제성을 자랑한다.


온라인 콘텐츠가 아티스트 화제성과 팬덤 확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엠카운트다운 제작진은 “디지털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에게까지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도 방송 화면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소비 환경까지 함께 고려하려고 한다”며 “본방송 이후 어떤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을지도 기획 단계부터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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