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소지한 채 배회한 남성…우범자 유죄 뒤집은 대법원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6.30 17:19  수정 2026.06.30 17:19

범행에 사용할 고의 입증 안 돼 폭처법 위반 파기환송

'범죄 공용 우려' 추정 불가…우범자 적용 기준 제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흉기를 단순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우범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서영준 대법관)는 폭행, 재물손괴, 주거침입, 폭처법상 우범자 혐의 등으로 기소된 A(6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4년7월 아파트 이웃 주민 B씨로부터 폭행당해 머리에 상처를 입은 뒤 식칼을 갖고 인근을 돌아다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해 5월에는 자신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수를 때리고, 형수 소유 항아리 뚜껑을 던져 깨뜨린 혐의도 받는다.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1·2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다수 있고, 준특수강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후 출소한 직후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폭처법 위반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폭처법 7조(우범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 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供用·준비해뒀다가 씀)될 우려가 있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제공 또는 알선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대법원은 "이 법 조항에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라 함은 범죄 현장에서 사용할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것을 말한다"며 "단순 소지만으로 폭처법이 규정하는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A씨가 식칼을 휴대해 폭처법상 어떤 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아무런 기재가 없고, 수사기관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그에 관한 별다른 진술도 없어 합리적 의심 없이 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