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도중 두통 증상 발생해 시연 마치고 귀가…이튿날 뇌출혈 사망
유족, 업무상 재해 주장…근로복지공단 이어 법원도 산재 불인정
법조계 "발병 전후 과중업무 및 위험요인 발병가능성 중요 판단"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입증돼야…과중업무 미입증시 인정 안 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회사 임원진 앞에서 용역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중요 프레젠테이션(PT) 발표 다음 날 뇌출혈로 사망한 직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평소 앓는 지병이 있었던 점, 만성적인 과중 업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삼았다.
법조계에선 만약 망인에게 지병 등이 없었더라도 과중업무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산재 인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업무량이 늘었는데 지병은 없었다면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건설산업관리 용역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건설산업관리 감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임원진 앞에서 용역 수주를 위한 PT(프리젠테이션)를 하던 중 두통, 식은땀 증상이 발생해 시연을 마쳤다. 힘들어하며 숙소로 돌아간 A씨는 다음 날 오전 숙소에서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유족은 감리용역 유찰과 대기근무에 따른 임금 삭감으로 심리적 압박이 컸고, PT 준비와 시연 과정에서 받은 긴장과 스트레스가 급성 과로로 이어져 뇌출혈이 발생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이전부터 사업 수주를 위한 PT를 해왔던 점과 당뇨로 진료를 받아온 이력 등을 고려해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A씨의 배우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0시간3분으로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발병 전 4주 및 12주 평균 업무시간도 각각 39시간20분, 39시간39분에 불과해 단기간 또는 만성적인 과중 업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PT 준비와 시연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과 긴장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망인의 평소 업무 중 하나가 입찰 준비와 PT 발표였고 입사 후 수년간 이를 수행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설 정도의 정신적 부담이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10년 이상 당뇨병 진료를 받아온 점, 고혈압과 30년 흡연력이 확인된 점, 부검 결과에서도 혈당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와 심장동맥경화 등이 확인된 점 등도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데일리안DB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법원은 발병 전후 객관적으로 과중 업무가 있었는지, 당뇨와 고혈압 등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한 자연경과적 발병 가능성 유무 등을 중요하게 본다"며 "이 사건의 경우 업무 과중이 입증되지 않았고, PT 관련 업무가 돌발적 사건이거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로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병 등이 없었더라도 과중업무가 입증되지 않아 인정은 어려웠을 것이다"며 "업무량이 늘었는데 지병은 없었다면 다른 판단이 가능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만약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고 담배도 피우지 않던 건강한 사람이 중요한 발표 직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면 법원은 개인적 요인을 배제하고 PT 발표라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켜 발병을 유발했다고 판단했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최근 입찰이나 PT 준비로 인해 업무 시간이 평소보다 급증했거나, 밤샘 근무 등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면 고용노동부 고시 '뇌혈관 및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따른 업무 부담 가중요인에 비추어 볼 때 단기·만성 과로가 인정되어 산재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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