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의미·공감과 연대…혜윰터가 파고드는 관심사 [출판사 인사이드㊱]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6.30 08:59  수정 2026.06.30 09:01

"재미와 의미 그리고 공감과 연대를 모두 떠올릴 수 있도록 생각이 확장하길"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정치부터 인문 에세이까지…1인 출판사 혜윰터가 아우르는 다양한 취향


혜윰터는 ‘생각하다’를 뜻하는 우리말 ‘혜다’의 명사형 ‘혜윰’에 ‘터’를 붙여 ‘생각이 자라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2018년, 20년 다니던 직장의 유리천장을 뚫지 못하고 실직한 이세연 대표가 우연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 창업 교육을 듣고 설립한 출판사다.


출판 관련 경력이 없던 만큼, 설립 초기에는 방황했다. 지금도 시행착오를 거듭하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 대표는 “출판 일이 재밌다고 느껴져서 아무것도 모르고 덤빈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 출판이 이토록 어렵고 전문적인 일임을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미와 의미 그리고 공감과 연대를 떠올릴 수 있는 책을 출간 중이다. 확고한 기준을 두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되면 우선 진행한다. 이 대표는 “명확한 방향성이 없이 지금껏 책을 만들어 왔음에도 나의 주요 관심사는 자기 탐구, 인문교양, 정치사회 분야로 수렴되며 이 장르의 책을 만들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심사에서 시작한 기획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혜윰터 설립 초기 출간한 번역사 ‘어부의 무덤’이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은 이 대표가 바티칸을 다녀온 후 성베드로 대성당이 고대 로마의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역사를 소개한 대중서가 국내에 없음을 알고 아마존에서 찾아 판권을 계약했다. 이 대표는 “수록된 사진 때문에 교황청의 저작권 허락을 받느라 납본 처리를 하다가 연결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그 일은 나의 호기심을 채우는 일의 나비효과를 톡톡히 경험한 기억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게 됐지만, 그 안에 담긴 목표는 뚜렷했다. 불확실성과 불안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내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고 살기 위해 ‘나’를 더 잘 알아보고 사랑하는 법을 소개하고,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법한 역사, 예술, 과학 등을 다루기도 한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삶의 터전을 좋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치와 사회 인식을 위한 담론이나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렵지 않게, 즐겁게 주제를 곱씹을 수 있다는 것이 혜윰터의 장점이다. 이 대표는 작은 출판사들의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필사책 ‘발견하는 마음’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가 하면, 최근에는 박주민 의원의 ‘정치는 도시를 바꾼다’를 통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서울은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그 비전을 그려보며 주제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1인 출판사라 유연하게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어 즐겁지만, 어려움도 많다. 이 대표는 “수지 타산이 안 맞는 통장 잔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이에 출판 대행을 진행하는 등 책을 만드는 일 외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출판 대행에 대해 “책을 읽는 사람보다 기록을 남기고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많은 시대를 반영해 때때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요즘은 출판사 또는 출판인이 책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나 역시 기존의 출판 형식에 갇히지 않으려고 다방면으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양질의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혜윰터의 고유한 특징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늘 궁리 중이라는 이 대표는 7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화두인 늙어감과 돌봄, 죽음에 대해 다룬다. 7월 출간되는 ‘미술관에서 노년을 만났습니다’는 늙어감, 돌봄, 죽음에 대해 미술관의 명화와 함께 사유해 보는 노년학 박사의 인문 에세이이며, 70살을 바라보는 황혼의 여행가가 세 차례, 도합 6개월 이상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쓴 책 ‘이것이 진짜 아프리카다(가제)’도 올해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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