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까딱하면 로봇이 부품 가져온다…현대차 수원 하이테크센터 가보니 [르포]

데일리안 용인 =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30 13:47  수정 2026.06.30 13:47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방문기

현대차 경기 남부 최대 정비 거점

자율 로봇 3종에 무인 카리프트까지

로봇·데이터 분석 장비로 정비 시간 단축

AGV(무인운반로봇)가 작업자가 있는 곳으로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1분 내로 옵니다."


작업 중 필요한 부품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묻자 엔지니어는 이렇게 답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크기의 창고지만, 사람이 아닌 로봇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부품을 찾기 위해 작업자가 하는 일은 태블릿에서 부품을 찾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 전부다.


30일 개관한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차를 고치는 공간이라기보다 입고부터 진단, 정비, 부품 공급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서비스 기술 허브'에 가까웠다. 기존 수원시 영통구 센터를 용인시 기흥구로 신축 이전한 고난도 정비 전문 시설로, 정밀 진단이 필요한 작업을 전담하며 전국 블루핸즈와 협력하는 '정비소 위의 정비소'다.


현대차 수원 하이테크센터 1층 라운지 ⓒ현대자동차

전국 정비 거점의 상단에 위치하는 만큼,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생김새부터 일반 정비소와는 전혀 다르다. 1층에 마련된 라운지는 높은 층고와 자연 채광, 실내 조경을 활용해 대기 공간이라기보다 전시장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서비스 접수 공간에서는 전담 엔지니어 제도가 운영된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예약 단계부터 출고까지 한 고객을 맡고, 사전에 부품을 청구하고 정비 이력을 확인해 작업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실차 상담 부스에서 고객과 엔지니어가 함께 차량 상태를 확인하면, 차량은 바로 옆 무인카 리프트에 실려 바로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리프트가 작동하자 차량이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한 층을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초. 리프트 양쪽에는 실차 상담 부스가 각각 배치돼 고객 상담과 차량 이송을 같은 공간에서 끊기지 않고 할 수 있다.


차량을 맡긴 뒤 ‘내 차가 어디로 갔는지’ 알기 어려웠던 기존 서비스센터와 달리, 이곳에서는 차량이 정비 공정으로 넘어가는 첫 장면부터 고객에게 공개된다.


AGV가 전용 엘레베이터 앞에 서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작업 공간으로 이동하면 흡사 '미래의 정비소'와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3종의 자율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다. 로봇이 다니는 길은 물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마련됐다. 사람이 뛰어다니며 부품을 찾고, 물건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2층은 현대차, 4층은 제네시스를 정비하고, 두 층에서 풀지 못한 고난도 정비는 3층 하이테크 지원팀으로 모인다. 부품이 청구되면 모비스 창고에서 분류된 뒤 AMR(자율 부품 이송로봇)이 엔지니어 작업 공간까지 직접 배송하고, 승인이 떨어지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AGV가 가져온 부품을 작업자가 확인후 검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지하 1층 모비스 자동 창고는 이 로봇 물류의 출발점이다. ACR(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이 선반에서 박스를 꺼내 내려놓으면, 미니 AGV(무인운반로봇)가 이를 작업자가 있는 GTP 스테이션으로 옮긴다. 작업자가 부품을 찾아가는 대신 부품이 사람 앞으로 오는 방식이다.


작업자가 해당 부품을 피킹하니 라벨이 자동으로 발행됐다. 이후 부품과 라벨을 AMR 대차에 올리면, AMR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층 정비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부품 청구부터 피킹, 라벨 발행, 작업장 배송까지 사람이 직접 창고를 뒤지고 운반하는 과정을 최소화한 셈이다.


토트박스 기준 25kg까지 다루는 이 자동화 영역이 전체 창고의 약 70%를 차지하고, 사람이 들기 힘든 대형 부품은 지게차로 트레이에 올린 뒤 AMR이 작업장까지 옮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속도보다 ‘흐름’에 있었다. 정비사가 부품을 찾느라 작업장을 벗어나지 않아도 되고, 부품 도착을 기다리는 과정도 시스템으로 추적된다.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작업자에게 전달되는지, 어느 단계에서 대기 중인지가 물류 동선 안에서 관리된다. 차량 정비의 병목이 진단만이 아니라 부품 수급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봇 물류는 정비 시간을 줄이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진단 공간에서 소음 시연을 하는 모습. 차에서 소음이 발생한 위치가 모니터에 초록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고난도 진단 공간에서는 차량 기술 변화에 맞춘 다양한 장비들이 소개됐다.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 확대에 따라 정비 영역도 엔진 중심에서 제어기 데이터, 통신 오류, 소음·진동, 영상 신호 분석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시연에서 차량 전방에서 소음이 재현되자, 일반 청음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엔지니어가 예상 부위에 센서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저장한 뒤 그래프로 확대하자 특정 센서의 반응이 먼저, 더 크게 나타났다.


사운드 카메라는 소음 발생 위치를 색으로 보여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화해 원인 부위를 좁히는 방식이다. 고객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까지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운영된다.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마련된 공간. 이동식 수조 등이 배치돼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동화 차량 대응 시설도 눈에 띄었다. 넥쏘 등 수소전기차와 LPG 차량을 함께 정비하는 특수 목적 작업장에는 수소 누출 감지기와 방폭형 환기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전등과 스위치, 콘센트 등 전기 설비도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는 방폭 제품으로 구성됐다.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각 작업 층에는 이동식 침수조와 질식 소화포, 드릴랜스가 마련됐다. 화재를 1차 진압한 뒤 배터리가 물에 잠길 수 있도록 해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장비들이다.


배터리 작업 공간은 리프트와 전용 작업장이 짝을 이루는 구조였다. 작업장 바닥은 절연 마감으로 처리돼 있었다. 대형 차량을 위한 포크리프트도 별도로 배치됐다. 이 리프트는 최대 6t까지 들어올릴 수 있으며, 네 바퀴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중량이 큰 초대형 차량 정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정비 교육 거점인 RTC도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신차와 신기술 교육, 데이터 분석, 진단 기술 교육이 진행된다. 센터 관할 내 80여 개 블루핸즈의 정비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는다. 고난도 정비를 직접 처리하는 동시에, 현장 정비망 전체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구조다.


현대차는 수원하이테크센터를 단순한 정비 시설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서비스 혁신 거점으로 운영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품질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우월할 수 있는 부분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외산차 대비 서비스 품질과 고객 대응력을 계속 올리고 있고, 그런 부분이 차별화되는 부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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