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바꿔치기 동조…대법 "범인도피방조죄 처벌 가능"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6.18 15:29  수정 2026.06.18 15:29

대법 전합 8대 5…"방어권 남용, 교사·방조 구분 불필요"

반대 5인 "처벌 범위 지나치게 넓혀 죄형법정주의 위배"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있다. 대법원은 이날 운전자 바꿔치기 제안에 응해 음주 측정을 피한 운전자(전직 경찰)의 범인도피방조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다.ⓒ뉴시스

음주운전 사고를 낸 범인이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며 먼저 나선 동승자의 제안에 협력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면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범인도피방조·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5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 B씨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자, A씨는 이에 응해 뒷좌석으로 이동했다.


B씨는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탄 뒤 운전석 문으로 내렸고, A씨는 조수석 뒷문으로 나와 마치 B씨가 운전한 것처럼 외형을 꾸몄다. B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하며 음주 측정을 받았고, A씨는 보험사에도 B씨가 운전했다고 거짓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이상함을 느낀 보험사 직원의 신고로 발각됐다. 교통단속 경찰관이던 A씨는 이 사건으로 해임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동승자가 먼저 나서서 허위 진술하는 것에 협력한 범인을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기존 판례는 음주운전자 대신 운전자 행세를 한 사람은 범인도피죄로, 범인이 먼저 이를 부탁한 경우는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해왔다. A씨처럼 상대방이 먼저 제안한 경우에도 방조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이번 쟁점이었다.


다수의견에 선 대법관 8명은 기존 판례를 유지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들은 "범인이 타인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워 수사기관을 속이는 '범인 조작형 도피'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가 아닌 방어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는 진범의 존재를 감추고 수사 방향 자체를 왜곡해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교사와 방조를 구분해 방조에 대해서만 처벌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방조를 처벌하지 않으면 범인들이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상대방이 먼저 제안했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이흥구·오경미·서경환·권영준·박영재 대법관 등 5명은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범인도피죄는 제3자가 범인을 숨겨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지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라며 "범인의 방조행위는 교사와 달리 타인을 타락시키거나 새로운 범죄자를 창출하는 행위반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피하려는 것은 원래 자기 방어의 영역인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형법이 정한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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