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명청 갈등 심화 속 폭풍 SNS·화상 회의...왜?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6.15 23:00  수정 2026.06.15 23:00

순방 중 엑스 글 쏟아내…정청래 겨냥 글 파장 계속

역대 대통령 첫 해외 '화상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순방 중 국정 공백 비판 사전 차단하겠단 의도 분석

명청 갈등 속 정국 주도권 안 뺏기겠단 것으로도 해석

유럽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서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글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역대 대통령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의 순방 행보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국정 지지율이 휘청이자, '순방 중 국정 공백 발생'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방선거 책임론과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화상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로 발생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부실 선거에 따른 참정권 침해 비판이 거세지고 지지율 하락 압박이 계속되자, 이 대통령이 시차를 넘어 국내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다 이런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지 참으로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걸 악용을 해가지고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선동하는 세력들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며 "선거 결과 조작 등을 운운하면서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귀한 목소리를 모욕하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강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건강한 비판과 건설적 대안 마련이 보장돼야 한다"며 "빠르면 이번 주부터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된다고 하는데 국회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선관위에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 "검경 합수본 역시 성역 없는 책임 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되겠다"며 "청년들과 시민들의 정의로운 분노에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할 때"라고 밝혔다.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글을 쏟아내고 있다. 글의 내용은 순방 성과 홍보뿐만 아니라 국내 정책·정치 이슈 등을 망라한다.


이 대통령은 첫 순방지인 벨기에로 출국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엑스에 총 29개의 글을 올렸다. 하루에 대략 4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엑스에 올린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약 1500여자 분량 글은 서울시장 등 핵심 승부처에서 패배한 6·3 지방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강성 당원 결집을 통해 사실상 연임 도전 행보에 나선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글을 통해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는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정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최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보완수사권에 대해 제한적으로 필요하다는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었다.


청와대는 정 대표가 지난 10일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참모진 사이에서는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발언", "사실상 당을 쪼개자는 선언", "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협박성 발언"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글 역시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한 불쾌한 심경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향해 불편함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등의 발언으로 '정청래 책임론'을 사실상 정조준했다. 지난 9일 유럽 순방 환송 행사 때는 정 대표 등 여당 지도부에게 "나오지 말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8일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봉합 또는 확전 기류를 대내외에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유럽 순방 출국길 환송에서 제외됐던 정 대표가 이번 귀국맞이 행사에 참석할지 여부가 향후 당청 관계의 지속적인 대립 혹은 화해 기류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 역량으로 월드 클래스의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해 "지방선거 이후 당이 엄중한 성찰과 쇄신에 집중하는 대신, 강성 지지층의 세(勢) 과시에 의존한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깊은 우려와 위기감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 국정 수행을 통해서라도 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당청 관계의 주도권은 여전히 청와대가 쥐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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