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설계=건조' 공식 깨지나…KDDX 설계 분리, HD현대 항고가 변수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6.12 14:09  수정 2026.06.12 14:12

기본설계 맡은 HD현대重, 기술평가 앞섰지만 보안감점에 결과 역전

한화오션, 선도함 건조 주도권 눈앞…HD현대重 법적 대응은 변수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서로 다른 업체가 맡는 이례적 구도로 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항고하면서 변수는 남았지만, 평가 결과가 유지될 경우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사실상 첫 설계 분리 사례가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 결과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통보했다. 평가 결과 한화오션은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점수차는 0.5867점에 그쳤다.


HD현대중공업이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보다 0.6점 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감점 1.2점이 반영되면서 종합점수에서는 한화오션에 밀렸다. 최종 점수차가 감점 폭보다 작았던 만큼 보안감점이 승부를 가른 핵심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KDDX는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규모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평가 대상이었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규모는 약 8820억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선도함 1척을 둘러싼 경쟁이지만, 실제로는 후속함 5척의 건조 주도권까지 걸린 사업으로 평가된다.


선도함 사업자는 세부 설계와 체계통합, 주요 기자재 선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다. 후속함 건조 과정에서도 일정과 비용, 기술 이해도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까지 고려하면 파급 효과는 더 커진다.


이번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업체가 나눠지게 된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기존 관례에 따르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 자료와 설계 이해도를 바탕으로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이후 후속함은 2번함, 3·4번함, 5·6번함 등으로 나눠 건조 업체를 별도로 정해왔다.


방사청 개청 이후 함정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까지 이어 맡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설계와 건조 책임을 한 곳에 두고 전력화 지연과 책임 공방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이 같은 관례가 깨지는 셈이다.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사청 출범 이전 KDX-II 사업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대우조선해양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은 바 있다. 다만 이후 선도함인 충무공이순신함에서 소음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기본설계와 건조를 연계하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이번 결과는 국내 특수선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함정 MRO, 해외 방산 사업에 이어 KDDX까지 확보할 경우 수상함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하고도 보안감점 여파로 핵심 사업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종 결론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 적용 기간 연장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지난 5일 기각됐고, 전날 이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업체 요청에 따른 디브리핑과 이의신청 절차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항고 결과와 이의신청 절차가 KDDX 사업의 최종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평가에서 앞선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으로 종합점수에서 밀린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평가 결과와 감점 적용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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