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멈칫한 하늘길…대한항공이 타격을 줄이는 방법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6.11 09:30  수정 2026.06.11 09:30

유가·환율 부담에 항공업계 비상경영

유럽 직항 수요와 항공화물이 대한항공 충격 완충

중동 경유 꺼리는 유럽행 승객 늘고 해상화물은 항공편으로

대한항공 항공기 ⓒ대한항공

중동 사태로 국내 항공업계가 유가·환율 부담에 흔들리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장거리 직항과 화물이라는 두 축을 앞세워 위기 속 방어선을 만들고 있다. 두바이 등 중동 허브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던 여객 수요가 직항으로 이동하고, 해상 물류 차질 우려가 항공 화물 전환 수요로 이어지면서다.


업계 전반이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유럽 직항 노선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운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바이 등 중동 허브를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많았으나,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운임이 다소 높더라도 직항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노선은 인천~파리 직항이다. 중동 항공사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유럽 주요 도시까지 이동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격보다 안정성과 편의성을 우선하는 수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항공처럼 유럽 장거리 직항 네트워크를 보유한 항공사에는 이 같은 수요 변화가 일정 부분 방어막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승객뿐 아니라 일본발 수요도 주목된다. 일본에서도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로 향하는 직항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을 경유해 대한항공 유럽 노선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이 동북아 환승 거점 역할을 하면서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경쟁력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항공업계 전반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다른 항공사보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것이다.


유럽 직항 노선 뿐 아니라 화물 부문도 충격을 줄이는 또 다른 핵심 축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중동을 오가는 일부 해상 화물이 항공 화물로 전환되면서다. 해상 물류 차질 가능성이 커지자 납기 지연을 피해야 하는 기업들이 비용 부담에도 항공편을 선택한 것이다.


항공 화물 운임은 해상 운임보다 높지만, 해상길이 막히거나 지연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반도체, 자동차 부품, 고부가 소비재 등 시간 민감도가 높은 화물일수록 항공 운송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시기 항공업계가 겪었던 상황과도 일부 닮아 있다. 당시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해상 운송 병목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급등하면서 화물 부문에서 숨통을 틔운 바 있다.


중동 사태가 당시와 같은 규모의 화물 특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 국면에서 화물 사업이 대한항공의 실적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항공사별 체력 차이가 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모든 항공사에 공통 악재지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노선 포트폴리오와 화물 사업 비중은 항공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중단거리 여객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는 비용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반면, 대한항공은 장거리 네트워크와 화물 사업을 통해 일부 수익 방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항공사에는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직항 네트워크와 화물 공급력을 가진 대형항공사에는 방어 여지도 생긴다"며 "대한항공 역시 비상경영의 압박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장거리 직항과 화물이라는 두 축이 있는 만큼 충격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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