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공백 vs 소비자부담…‘감세’의 딜레마 [유류세 인하의 늪②]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6.09 18:47  수정 2026.06.09 18:52

소비자 물가 감소 등 가계 부담 덜지만

인하 조치로 세수 감소 5조원 추산

1분위 가구 66.7%…주유비 지출 없어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물가 안정과 국가 재정 확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소비자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 뒤에 세수가 줄어든다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만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속 가능한 정책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물가와 재정 방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민 가계 부담 덜어…KDI, 소비자물가 0.2%p ↓


유류세 인하 조치는 고유가 국면에서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즉각적·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중동전쟁 대응 TF(태스크포스) 긴급 현안자료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시행 직후부터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해 인하분인 149.5원과 유사한 폭만큼 주유소 판매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류세가 동결된 등유 가격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21년 11월 둘째 중에 시행된 휘발유 유류세 인하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본 결과다.


정부는 2021년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한 후 현재까지 환원과 인하를 반복하며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KDI는 이같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물가를 0.2%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서민 가계 지출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지출 비중을 고려하면, 체감 경기 측면에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수 감소라는 기회비용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과 가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왔다.


유류세 처방 반복…정책 ‘역진성’ 문제도


중동 전쟁 여파로 기름값 상승세가 지속된 7일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유류 가격 표시판 뒤로 승용차에 대한 주유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의 이면에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만으로도 약 5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여기에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더해지면 세수 감소 규모는 1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유류세를 10%가량 인하할 경우 연간 세수가 1조2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정부도 2021년 10월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할 당시 6개월간 20% 인하를 유지하면 약 2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현재 휘발유 15%, 경유 25%의 유류세 인하율이 각각 적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세수 감소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정책의 역진성 문제도 지적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소득분위별 교통비 지출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류세 인하의 역진적 수혜 구조를 문제를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66.7%는 주유비 지출 자체가 없어 감세 혜택이 전무하며, 이용 가구 내에서도 5분위 지출액이 2.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877억원 수준인 K-패스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역진적인 유류세 인하에 비해 저소득층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고유가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 규모를 최소화하고 그로 인한 세입을 K-패스 예산 증액에 활용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류세 인하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 완화와 재정 건전성,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들이 유류 사용을 줄이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작동 원리”라며 “유류 소비 감소 속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러한 시장 신호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류세 인하로 투입되는 약 10조원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 육성이나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 보다 효율적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위기 대응 나선 각국…유류세 인하의 명암 [유류세 인하의 늪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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