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재판 노쇼' 권경애 변호사, 피해자에 6500만원 배상 확정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5.29 13:22  수정 2026.05.29 13:23

3차례 불출석으로 패소 확정…위자료 책임 인정

9000만원 각서 효력은 파기환송…조건 명시 없어

권경애 변호사.ⓒ연합뉴스

대법원이 이른바 '학폭 노쇼' 사건의 당사자인 권경애 변호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숨긴 뒤 써준 9000만원 지급 각서의 효력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 숨진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이씨는 2016년 8월 박양의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관련 학교법인 및 교직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대리인이었던 권 변호사는 2022년 9∼11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취하 간주에 따라 이씨 측은 전부 패소했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약 5개월간 이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씨는 상고 기회를 잃었다.


이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2억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위자료 5000만원을, 2심은 6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장기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대리인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점도 언급하며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상고심의 쟁점은 권 변호사가 2023년 3월 써준 9000만원 지급 각서의 효력이었다. 2심은 각서에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봤다. 이씨가 해당 사실을 언론에 알린 이상 약정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각서에 약정금 지급 조건이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각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기에 지급 조건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각서에 명시되지 않은 작성자의 숨은 의도를 추측해 문서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9000만원 약정금 청구 부분만 다시 심리된다. 위자료 6500만원과 법무법인의 220만원 별도 배상은 이날 확정됐다.


이씨는 권 변호사의 1심 불출석 행위까지 위자료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했다. 재판소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사건의 단초가 된 본안 손해배상 소송에서 내달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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