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여겼던 대기업도 연체율 깜짝 상승…은행권, 건전성 ‘경고등’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5.28 07:09  수정 2026.05.28 07:09

가계대출 막혀 기업 집중했더니

대기업 연체율 1년 새 2배 ‘쑥’

진퇴양난 은행권, 건전성 사수 ‘고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은행들이 비교적 건전성 부담이 적은 대기업 대출 확대에 나섰으나 고금리, 고환율 등이 장기화하면서 대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연합뉴스

고금리·고환율 장기화 여파로 ‘우량자산’으로 분류되던 대기업마저 연체율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대기업 대출에 집중하던 시중은행들의 여신 전략도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3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22%다.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으며 1년 전(0.11%)과 비교하면 딱 2배 급등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2%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4월(0.22%) 이후 약 4년 만이다.


상대적으로 불안 요소가 컸던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모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한 달 전보다 0.08%p 떨어졌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월 말보다 0.11%p 내린 0.81%를 기록했다.


이 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88%,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71%를 나타냈다. 한 달 전보다 각각 0.14%p, 0.07%p 하락한 수치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2월 말보다 0.05%p 하락해 0.40%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29%,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0.76% 등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대기업 대출로 눈을 돌린 우회 전략을 취해왔다.


주담대 등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은 올 들어 12조6027억원 늘었다.


전체 기업대출 잔액이 866조64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1조3392억원 증가했는데, 증가분의 59.1%를 차지한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거액여신에서 연체가 발생하면서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한다. 전체 대기업 대출의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가중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기업들의 전반적인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단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전통 제조업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중소건설사를 넘어 대기업 계열 시공·시행사까지 전방위 압박하고 있어 연체율 변동성도 커졌다.


정부가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는 가운데 비교적 건전성 부담이 낮은 우량 대기업 대출 연체율마저 상승하면서 은행권 건전성 관리 난이도가 더 높아졌단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로 가계대출은 마냥 늘릴 수 없고 대안으로 꼽히던 기업대출마저 불안해지면서 건전성을 방어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과거 외형 성장 중심의 여신 영업을 멈추고 촘촘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하는 만큼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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