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아파트 전월세 매물 사라졌다”...공급 부족에 수도권 '주거대란'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5.28 07:00  수정 2026.05.28 07:00

매물 감소에 수도권 곳곳 전세 ‘신고가’, 고액 월세 거래도

다주택자 규제·실거주 의무 강화…“주택시장 병목현상 부추겨”

비아파트 공급 처방 내놨지만…“시장 안정화 효과 물음표”

이재명 대통령.ⓒ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전월세 매물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내 집 마련에 실패한 무주택자들은 수도권 외곽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15.5로,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약 5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7259가구로 1년 전(2만5990가구)보다 크게 감소했다.


경기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날 기준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2만6227가구에서 1만2240가구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물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자이 전용면적 238㎡는 지난 3월 전세 25억원에 계약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관악구 봉천동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 전용 84㎡ 역시 이달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 전세가격을 새로 썼다.


월세 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전세 매물 감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월세 매물까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2억원, 월세 28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이 보증금 1억원, 월세 265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이 두 배로 늘었음에도 월세는 더 올랐다.


“집 소유하려면 거주하라”…실거주 중심 정책 여파


시장에서는 최근 임대차 시장 변화의 배경으로 정부의 실거주 중심 정책을 지목한다.


정부는 지난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 등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했다.


이어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면서 다주택자 보유 물량 상당수가 무주택자에게 매도됐다.


이 과정에서 전월세난이 예고됐지만 정부는 무주택자의 자가 보유가 확대되는 만큼 전월세 수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SNS를 통해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며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 축소만 부각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 이동이 제한되면서 생애주기별 주거 이동이 경직되고,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투자 목적의 주택 및 생애주기별 이동에 따른 비거주 주택이 감소하면서 전세 공급 기반 자체가 축소됐고, 실거주 의무 강화와 각종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임대 물량 감소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생애주기 동안에 큰 집으로 이사하고, 직장 근처로 주거지를 옮기는 등 주거소비 조정과정을 거치는데 실거주라는 가치를 강요하며 시장을 옭아매고 있다”며 “전월세 주택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주택시장의 병목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월세 가격 상승이 강남권 뿐 아니라 경기까지도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월세 시장 붕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비아파트 공급 확대 나섰지만…“전월세난 장기화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친 만큼 전월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내년까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신축·기축 비아파트 6만6000가구 이상을 매입해 매입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와 비주택 리모델링 등을 통해 민간 부문에서도 내년까지 4만1000가구 규모의 비아파트 인허가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여기에 수도권 규제지역 내 아파트 9만4000가구를 포함해 착공이 지연된 주택 10만가구의 공급 정상화도 꾀한다.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동안 아파트 공급 차질을 해소해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만으로는 전월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비아파트 공급은 부동산 시장 안정 측면에서 아파트의 대체 효과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유형으로 비아파트를 공급하면 일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몇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식의 숫자를 내세운 정책 목표는 품질 좋은 비아파트 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의 재정 부담 문제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유인 부족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제시한 공급 대책이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비아파트의 경우 상당수가 매수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만큼 분양 물량은 임대사업자를 통해 소화되는데,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보증 규제 강화 등으로 임대사업 운영 여건은 전보다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김 소장은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줄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원룸에 집중돼 있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강남을 제외한 지역엔 빌라 등에 임대사업자 혜택을 주는 등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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