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가지원금 '반짝 소비' 늘렸지만…"내수 회복 대책 아냐" 비판도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5.27 15:09  수정 2026.05.27 15:11

유가지원금 사용처 1위 '장바구니'

시민들, 비싼 가격에도 지갑 열어

접근 용이한 편의점도 매출 껑충

"지원보다 경기회복 우선" 지적도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이 시작된 지 열흘 째인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한 마트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이라는 수기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고유가·고환율·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소비심리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전통시장과 편의점, 음식점 등에 몰리면서 골목상권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2차 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 열흘 째인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과 영천시장, 인근 상가와 주거지 밀집지역 내 편의점은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체 지급대상자 3592만9596명 가운데 2986만8401명(83.13%)이 지원급 신청을 마쳤다.


누적 지급액은 1차 대상자 1조7498억원, 2차 대상자 3조5509억원 등 총 5조3007억원이다. 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라 1인당 10만원~60만원이 차등 지급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이 시작된 지 열흘 째인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정육점에 '고유가 지원금 환영합니다'라는 수기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시민들의 발길은 대부분 식료품과 생필품을 취급하는 업장으로 향했다.


인왕시장에서 정육·계란을 판매하는 이길태(67) 씨는 "대형마트에서 지원금 사용이 불가하니 손님들이 비싼 계란에 선뜻 손을 내밀고, 생고기보다 제육볶음, 불고기 같은 냉동보관 가능한 양념육을 몇 근씩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외식업 가맹점주들도 모처럼 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인근 상가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2차 지원금이 지급된 첫 주부터 갑자기 홀이 만석이 됐다"며 "경기 불황에 정부 지원금은 자영업자들에게 일시적이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인 노상철(49)씨는 "지원금 지급 이후 매장에 직접 포장하러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기왕 고객들 유치하자는 차원에서 서비스 사이드 메뉴도 따로 챙겨드리고 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 한 편의점 입구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 팻말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2차 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신선식품과 생필품 매출이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 신장했다.


홍제동 일대의 한 편의점주는 "집에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 가격 정찰제에 본사 할인, 1+1 프로모션까지 맞물린 탓에 고객들이 계란이나 냉동식품, 즉석밥, 생수, 컵라면, 휴지, 생리대 같은 생필품을 많이 산다"며 "통상 1인당 평균 구매액이 1만원~2만원 수준이라면 지원금 지급 땐 최소 3만원 이상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지원금 지급이 '반짝 소비'를 부추기는 단기 처방일 뿐, 고물가 속 내수 진작을 견인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적 의견도 나왔다.


서대문구 일대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주연(52) 씨는 "불경기에 사람들이 먼저 발길을 끊는 곳이 뷰티업종"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이나 유가지원금이나 고작 10만원~20만원 받은 것으로 자신을 가꾸는 데 쓰지 않는다. 경기 불황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 돼야 자영업자나 고객 모두가 숨통이 트이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일대 한 미용실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진승(52)씨는 "손님이 없어 마감 시간을 2시간 일찍 단축했지만, 지원금이 풀리고 나서는 정상영업 중"이라면서도 "어차피 한 두 번 먹고 쓰면 없어질 돈이고, 일일 매출 상승도 일시적 현상이라 다시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인 업주들도 있었다.


독립문 상권 일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생필품 사고, 외식 한 번 하면 동날 수준의 지원금으로 누가 커피까지 사 마실 생각을 하겠느냐"라며 "장사 안 되던 옆 가게가 지원금 이후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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