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있어도 살던 곳에서…주치의·쉼터·재산관리 연결 [D:로그인]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5.25 07:00  수정 2026.05.25 07:00

지역사회 치매관리율 84.4% 목표

치매관리주치의 2028년 전국 확대

서초구치매안심센터 주최 실종 치매환자 발견 모의훈련에서 가상 치매환자가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 치매는 더 이상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는 2025년 97만명에서 2030년 121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에는 226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2025년 298만명에서 2030년 368만명, 2050년 569만명으로 늘어난다.


치매는 진단 이후의 의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면 약 복용과 병원 이용은 물론 식사, 이동, 돈 관리, 운전, 사회관계까지 일상이 흔들린다. 돌봄은 가족에게 집중되기 쉽다. 돌봄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의 삶도 함께 무너진다. 2023년 치매역학실태조사에서 지역사회 치매환자 가족의 45.8%는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40%는 삶의 질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2023년 총 국가치매관리비용은 22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5% 수준이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환자가 1733만9000원, 시설·병원 입소 환자가 3138만2000원이었다. 시설·병원 입소 환자 부담이 지역사회 거주 환자보다 1.8배 높았다. 치매환자가 살던 곳에서 오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의료비와 돌봄 부담을 함께 줄이는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그동안 정부 치매정책은 치매안심센터 설치, 중증치매 의료비 부담 완화,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 신설 등 기반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 과제는 만들어진 인프라가 실제 환자와 보호자의 생활을 얼마나 촘촘히 받쳐줄 수 있느냐다. 조기진단부터 주치의, 쉼터, 재산관리, 운전능력 평가, 지역사회 돌봄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치매정책은 여전히 가족 부담을 덜어내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초고령사회가 앞당긴 치매정책 전환


보건복지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적용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통해 치매정책의 방향을 ‘시설과 사후관리’에서 ‘지역사회와 일상 유지’로 넓힌다. 이번 계획의 비전은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다.


대표 지표도 함께 내놨다. 지역사회 치매관리율은 2025년 76.4%에서 2030년 84.4%로 높인다.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본사업으로 도입한다. 치매관리주치의는 2026년 90개 시군구에서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치매를 의료·돌봄·권리 보장·지역사회 기반이 결합된 생활 문제로 본다는 점이다. 지난 1~4차 종합계획과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안심센터 256개소 설치, 중증치매 의료비 본인부담률 10% 하향,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 신설 등 인프라 확충에 무게를 뒀다.


이제 정부는 기존 인프라를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초점을 맞춘다. 치매안심센터가 전국에 설치돼 있어도 조기진단 대기 시간이 길고 지역별 의료자원 차이가 크면 환자와 가족은 제도를 체감하기 어렵다. 치매환자와 보호자가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 상담과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를 지역 특성에 따라 서비스형, 예방형, 검진형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고 치매환자가 많은 지역은 사례관리를 강화한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찾아가는 검사를 늘리는 방식이다. 농어촌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일률적 지원·평가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돌봄통합지원법도 정책 전환의 변수다. 정부는 시군구 통합지원회의에 치매안심센터 참여를 활성화하고 통합돌봄 전담조직과 치매안심센터의 연계 매뉴얼을 마련한다. 치매 서비스가 보건소나 안심센터 안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요양·복지 자원과 함께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조기진단부터 주치의까지…집에서 받는 치료


예방·치료 분야에서는 조기발견 체계 개편이 전면에 놓였다. 현재 치매안심센터 진단검사는 CERAD-K, SNSB 등을 활용한다. 1인당 1~2시간이 걸리고 저작권료로 연간 2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에 맞는 자체 진단검사도구인 CIST-In Depth를 2026~2027년 개발하고 2028년 확산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 관리도 강화된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정부는 위험인자별 자가관리 매뉴얼과 연계서비스,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한다. 치매안심센터 인지강화교실은 주 1회에서 주 3회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문화로 치유사업, 건강100세운동교실 등 외부 프로그램과도 연계한다.


치료체계의 중심에는 치매관리주치의가 있다. 지난해 42개 시군구에서 운영되는 치매관리주치의는 올해 90개 시군구로 확대된다. 2028년 전국 확대가 목표다. 치매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살면서도 주치의를 통해 상담, 교육, 비대면 관리, 방문진료,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재택의료센터와의 연계도 강화된다. 장기요양수급자의 60%가 치매환자인 만큼 재택의료센터 의료진 대상 치매교육을 포함하고 필요 시 치매안심센터로 연결한다. 주요 치매 원인별·중증도별 임상진료지침은 2027~2028년 개발해 전국으로 확산한다.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경증과 중등도·중증을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 진료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가족 돌봄 한계 보완…쉼터·일자리·BPSD 대응


치매정책의 또 다른 축은 가족 돌봄 부담 완화다. 2023년 치매역학실태조사에서 지역사회 치매환자 가족은 돌봄 과정의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 38.3%, 정책적 지원 부족 31.9%, 치매 지식 부족 25.5%를 꼽았다. 가장 부정적으로 변화한 영역은 정신건강 50%였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의 가족교실과 자조모임을 정보 제공 중심에서 상담, 정서지원, 멘토링 중심으로 넓힌다. 돌봄 경험이 많은 보호자가 초기 돌봄 보호자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기억친구 멘토-멘티’ 노인일자리도 도입한다.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 제공이 목표다. 돌봄을 오래 해온 가족의 경험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요양 이용 방식도 바뀐다. 인지지원등급 수급자는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쉼터와 장기요양 주야간보호시설을 중복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치매환자쉼터가 주 2회 3시간, 인지지원등급자 주야간보호 이용 한도는 월 12일이었다. 중복 이용 제한으로 가족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올해 중복 이용 허용을 추진하고 2027년에는 주야간보호 재가 월 한도액 상향도 검토한다.


현장 종사자 역량 강화도 과제다. 행동심리증상인 BPSD는 배회, 망상, 공격성 등 치매 돌봄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정부는 간호사와 작업치료사 등 직종별 치매전문교육에 BPSD 교육과정을 확충한다. 2030년까지 2500명 수료가 목표다. 선임요양보호사 교육이수자는 2025년 3600명에서 2030년 6700명으로 늘린다.


재산·운전·AI까지 넓어진 치매 안전망


제5차 계획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권리 보장 영역이다. 치매환자의 의사결정능력 저하가 사기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가 도입된다. 2026~202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정이다.


이 서비스는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의료비, 필요물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대상은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진단자 등 재산관리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사람이다. 기초연금수급권자와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사람이 우선 지원된다. 올해 목표는 750명이다.


공공후견 지원도 확대된다. 치매공공후견 지원인원은 2025년 256명에서 2026년 300명, 2030년 1900명으로 늘어난다. 광역치매센터의 후견 관리 역할도 강화된다. 후견인 후보자 교육과 추천, 선임 후 감독과 사후관리 기능을 체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전면허 관리체계도 손본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3년마다 정기 적성검사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기억력과 사고력 중심 검사만으로 순발력과 상황판단능력 등 실제 운전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치매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차·가상현실 기반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을 올해 시범 적용하고 2027년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활용을 검토한다.


미래 대응에는 AI와 데이터가 포함된다. 정부는 AI·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를 활용해 치매 원인 규명,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예방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실종예방기기, 인지 ICT 프로그램 등 치매 특화 복지용구는 예비급여와 급여 품목 확대를 통해 돌봄 현장 적용을 검토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D:로그인'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