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사태로 본 ‘노노갈등’…복수노조 제도 구조적 과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5.21 16:37  수정 2026.05.21 16:38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잠정 타결

복수노조로 교섭권 둘러싼 내부 분열 양상

노노갈등, 노조 협상 동력 약화시킬 변수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가 6개월간의 성과급 협상을 잠정 타결했지만 이번 사태는 복수노조 허용 이후 심화된 노노갈등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같은 사업장 안에 노조가 여럿 생기면서 교섭권을 둘러싼 경쟁이 노동자 간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노노갈등은 노조 측의 협상 동력을 약화시키는 변수가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자 가전·모바일(DX) 부문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DS 부문이 올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나누면 DS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DX 중심의 동행노조는 공동투쟁본부를 탈퇴했고 DX 조합원 탈퇴도 잇따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문 간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다양한 사람의 공동 대의와 이해관계를 맞춰가는 것은 노조 지도부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내 복수노조 환경에서 비롯된 노노갈등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LG전자에서는 2021년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에 불만을 품은 사무직 직원들이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와 별도로 ‘사람중심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분리교섭을 추진했다. 당시 TV 담당 부서는 기본급의 200%, 스마트폰 담당 부서는 성과급 없이 격려금만 받은 반면 다른 사업부는 600~750%를 받으면서 불만이 터졌다.


현대자동차에서도 같은 해 20·30대 사무·연구직이 생산직 중심 임단협에 소외됐다며 독자 노조를 결성했다. 생산직 중심 노조가 정년 연장·시니어 촉탁제 기간 연장 등 50대 생산직 위주 의제만 다룬다는 불만이 배경이었다.


성과급을 둘러싼 대기업 노조 간 경쟁도 확산 추세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10%, 삼성전자 15%, 현대차 순이익 30% 요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어느 부서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노동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의 본래 취지는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과 조직률 상승이었다. 그러나 같은 사업장 안에서 노조 간 교섭권과 과반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노동운동 내부의 분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반 노조가 교섭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소수 노조나 소외된 부문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기 어렵다.


이번 삼성전자 협상에서도 DX 부문 조합원들이 “집행부가 전체 조합원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이 같은 구조적 불만의 표출이었다.


이 교수는 “소수 노조는 현실적으로 교섭에서 배제되는 형태가 되고 있어 법 제도 개선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율 교섭을 완전히 보장하면 사용자는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며 “소수 노조의 참여 보장과 사용자의 교섭 피로도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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