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거쳤지만…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박준화 감독이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무지했다”라며 사과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모두 내 탓”이라며 ‘변명’ 없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우 아이유, 변우석이 출연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기대작’ 다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방송 내내 지적받던 역사왜곡 문제가 최종회 직전 터지며 종영 이후에도 비판받고 있다.
ⓒMBC
문제가 된 장면은 15일 방송된 11회의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왕으로 즉위하는 과정에서 신하들이 “천세”를 외친 부분이다. 시청자들은 자주국이 외치는 “만세”가 아닌, 속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치고, 왕이 황제의 상징인 십이류면관이 아닌 구류면관을 착용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극 중 성희주(아이유 분)의 다도가 중국식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21세기 대군부인’이 중국이 한국사를 자국 역사 체계 안에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 논리를 반영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드라마 만드는 이유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이번 드라마도 그러길 바랐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이런 상황이 생겼다.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인터뷰를 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스태프를 비롯해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의 부족함은 없었다. 저의 판단 착오와 실수다. 시청자분들, 저와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뜨거웠던 대사 “천세”에 대해선 고증을 거쳤지만,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박 감독은 “스토리의 시작은 사실 왕족과 평민의 로맨스였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일제강점기와 같은 시대적 아픔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 아픔을 걷어내고, 조선 왕조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것에서 시작됐다. 아픔 없이 왕조가 유지된, 굳건한 나라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이 드라마의 의도를 설명했다.
해당 장면에 대해선 “현대에 왕이 즉위하는 건 판타지적 요소인데, 거기에만 너무 집중을 한 것 같다. 고증을 해주신 분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이 아닐까. 아픔을 다 걷어내고 남은 조선 왕조인데, 조선 왕조에서 꾸준하게 해왔던 형태의 행사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가 너무 무지했다. 저도 그 순간 왜 놓쳤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아쉽고, 너무 잘못한 일이라고 여긴다. 죄송스럽다. 가장 감동적이어야 했던 순간이 가장 불편해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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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장면은 물론, 전반적인 설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박 감독은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어 ‘고증’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특히 극 초반 대비가 있음에도, 이안대군이 섭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그 설정은 갈등 관계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 부분이 설명되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에 대해 저는 알지 못했다. 고증을 해주신 분도 판타지라는 설정 안에서 조금 가볍게 여기신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을 했어야했다”고 말했다.
아이유, 변우석 등 배우들까지 나서 사과문을 작성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배우들의 사과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고 여긴다. 배우들은 캐릭터와 관계를 잘 표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사과문 올리고 싶다고 내게 이야기를 했는데, 미안했다.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회가 끝나고 밤에 한 명, 한 명에게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고생의 보상을 못 받게 돼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한 박 감독은 “저는 전화를 못 했는데, 연기자분들이 전화를 해줬다. ‘조금 더 고민할걸’, ‘조금 더 노력해서 놓치지 말걸’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아이유, 변우석의 연기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 탓”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자신의 요구에 따라 연기를 한 것이라며 “아이유에게는 처음에 ‘이 캐릭터가 어떤 면에서 살짝 악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호감 포인트가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연기 톤을 강조해 주길 요구했었다. 설정의 진지함이 조금이라도 가미가 돼야 욕망이 다채롭게 보이고, 그러면서 허당미 있는 모습이 어우러질 것 같았다. 그녀가 바라는 게 명확하게 무엇이지 보여주고, ‘욕망이 가득하구나’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여겼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변우석에 대해서는 “대군은 전통과 현실 사이에 있는 인물이다. 우선 그런 사람은 본인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위치 안에서의 표현을 요구했다. 희주가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이 초반엔 낯설 수 있지만, 이후 서사가 드러나고 이안대군 앞에서 설레며 여려질 때면, 그 변화를 납득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이안대군 역시 그랬다. 희주 앞에서 조금씩 더 감정을 표현하면서 벌어진 간극이 좁아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드러내지 않고, 섬세한 표현을 요구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박 감독은 인터뷰 도중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면서도 함께한 동료들에게,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는 너무 감사했다. 그런 분들이 생각날 때 너무 죄송하다. 좀 더 잘할걸, 조금 더 고민할걸. 왜 놓쳤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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