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재건축 물량제한 풀어도 막막” 전세난에 ‘이주대책’ 리스크 부각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5.18 07:01  수정 2026.05.18 07:01

연간 인허가 물량 1만2000가구로 동결, 주민들 ‘반발’

지선 앞두고 ‘화두’, 여야서 물량 제한 해제 공약 발표하지만

이주대책 표류, 아파트 전세매물 538가구로 반토막

“이사 나갈 전셋집 없어”, 정비사업 발목 잡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 내 구역지정 물량제한을 해제하라는 현수막이 달려있는 모습.ⓒ1기신도시 물량제한해제 비상대책위원회

순환 재건축이 추진되는 1기 신도시 중 성남 분당에서 이주대책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표류 중인 이주대책으로 연간 재건축 물량이 1만2000가구로 묶였는데, 전세매물까지 급감하면서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분당에 배정된 연간 재건축 인허가 물량은 1만2000가구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구역 지정 상한을 기존보다 대폭 확대했다. 총 물량은 6만9600가구로, 지난 2024년 1차 선도지구 선정 당시(2만6400가구) 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분당은 기존과 동일한 1만2000가구로 유지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집값이 높고 강남 접근성이 우수해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히는데도 인허가 물량이 동결된 것이다.


주민들은 물량 제한이 풀리지 않을 경우 단지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재건축 추진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성남시 역시 주민 의견을 수렴해 물량 제한 해제 등 관련 제도개선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분당 재건축 이슈는 다음 달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재선을 노리는 신상진 시장을 비롯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도 잇따라 재건축 물량 제한을 해제하겠단 공약을 내놓는 모습이다.


다만 물량 제한을 풀기 위해선 대규모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성남에서는 분당 재건축 뿐 아니라 수정구·중원구 등 원도심에서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대규모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전세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주대책은 답보 상태다.


국토부는 1차 선도지구 선정 이후 분당구 야탑동에 약 1500가구 규모 이주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주민 반대로 성남시가 취소를 요청해 무산됐다.


이후 성남시가 지난해 초 그린벨트 등 5곳을 대체 부지로 제안했으나, 국토부에서 2029년까지 입주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뚜렷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전세 매물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전세매물은 538가구로 연초(1012가구)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년 전(1224가구)과 비교하면 약 56% 감소했다.


분당구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거주자들이 이사를 나갈 전셋집이 있어야 이주, 철거 후 재건축 착공에 들어갈 텐데 요즘 전세 매물이 없다”며 “분당 뿐 아니라 원도심 정비사업, 리모델링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세문제가 터질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고 지난 9일까지 매물을 처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면서 상당수 다주택자 매물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전세매물 감소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이 줄면 정비사업 이주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전세 감소 부작용으로 재건축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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