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러군 전사자 이미 35만명 이상 추정"…주민들 냉담한 반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넘기면서 러시아 사회에 균열이 확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크렘린궁 주인은 9일(현지시간) 제81회 대독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지만, 수도 모스크바의 반응은 냉랭했다.
행사 자체가 이를 방증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모스크바 전역의 모바일 인터넷이 차단됐고, 열병식 규모는 예년보다 대폭 줄었다. 모스크바 도심에서조차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민들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변호사 타티야나 트라비나(55)는 이제 상식을 발휘해 휴전해야 할 때라며 진정한 평화를 요구했다. 은퇴자 베크 이스마일로프(60)도 전쟁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고 했다. 경제학자 엘레나(36)는 인터넷이 먹통인데 퍼레이드를 보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피해 규모도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미디어조나를 인용해 작년 말까지 러시아군 사망자가 35만2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실명이 확인된 사망자는 21만8000명이며, 나머지는 상속·법원 기록까지 분석해 산출한 수치다. 우크라이나군 피해까지 합산하면 전체 전사자는 약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개적으로도 '모두가 지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퍼레이드 축소를 두고 정부가 취약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행사 축소가 러시아가 처한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기념일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양측이 합의한 사흘(9~11일) 휴전 기간 중 개최됐다. 앞서 러시아는 연휴 기간 일방 휴전을 선포했으나 우크라이나 측과 사전 협의 없이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행사 안전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도 독자적으로 휴전을 선언했지만, 양측은 이를 상호 인정하지 않은 채 교전을 이어갔다.
종전 협상 자체도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미국이 중재해온 협상은 올해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의 여파로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서 밀려났다. 모스크바 정치분석가 일리야 그라셴코프는 러시아 엘리트층이 출구전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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