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종자가 국가경쟁력이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5.11 07:00  수정 2026.05.11 07:00

데이터에서 품종까지 ‘디지털 육종’ 핵신 전략

디지털 육종 기반기술이 여는 농업의 미래

종자는 국가 식량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

이혜은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연구개발과 이혜은 농업연구관


30년째 방울토마토를 재배해 온 한 농업인은 요즘 손님들에게 할 말이 줄었다고 한다. 재배 방식도, 비료도, 물 관리도 달라진 것이 없지만 밤 기온이 예전보다 3~4캜 높아지면서 토마토의 당 축적이 떨어지고 병해 발생도 늘었기 때문이다.


딸기는 고온으로 착화가 불안정해지고, 파프리카는 병해 피해가 증가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폭염과 가뭄, 변이하는 병해충은 원예작물 생산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과 기술로 극복할 수 있었던 기상 변동이 이제는 품종 자체의 적응성을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오늘의 주력 품종이 미래 기후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디지털 육종(Digital Breeding)’이다. 유전체 정보, 인공지능, 첨단 분석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육종은 경험 중심의 품종개발 방식을 데이터 기반 설계 중심 체계로 전환시키고 있다.


육종의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높여 기후 변화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육종의 경쟁력은 화려한 알고리즘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기술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첫째,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 유전체 정보, 기상·토양 환경 데이터, 재배 이력 등 육종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정보가 기관별로 서로 다른 형식으로 관리된다면 인공지능도 정확한 예측을 수행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표준화는 디지털 육종의 출발점이며, 연구 성과의 재현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다.


둘째, 고처리량 표현형 분석 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 다중분광 센서와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과거 수개월이 걸리던 생육 조사와 형질 평가를 단기간에 수천 계통 규모로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생육 변화와 병해 초기 증상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육종가의 경험과 직관이 보다 풍부한 데이터 위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육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다.


셋째, 정밀검정 기술을 통해 미래 환경에 대응 가능한 소재를 선별해야 한다. 스마트 챔버 시스템은 향후 예상되는 폭염, 가뭄, 병해 조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함으로써 복합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보이는 유망 자원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게 한다.


기후변화는 단일 요인이 아닌 다양한 스트레스가 동시에 작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평가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 현장은 단일 형질이 아닌 복합 형질을 갖춘 품종을 요구한다.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육하고 병해에 강하며 품질과 수량까지 확보할 수 있는 복합내성 품종이야말로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대안이다.


정밀검정 기술과 유전체 기반 선발 기술이 결합되면 여러 형질을 동시에 고려한 최적의 교배 전략을 설계할 수 있으며, 신품종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는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종자 공급 체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기술 혁신의 성과는 농가와 국민의 삶으로 이어진다. 복합내성 품종의 보급은 기상 변동에 따른 수확량 감소 위험을 줄여 농가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 공급을 통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한다.


나아가 육종 과정에서 확보된 유전자원과 기능성 소재는 식품,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될 수 있어 종자 산업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기술 혁신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데이터 기반 육종, 정밀검정 기술, 복합내성 품종 개발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은 기후위기 시대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종자는 단순한 농자재가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기후위기 시대, 종자 혁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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