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측 지역만을 영토로 규정한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대상 언론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의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기존 헌법(2023년 9월 개정)에 담겼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와 통일 개념을 나타내는 표현이 모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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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기존 사회주의헌법 제9조에 명시됐던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또 김일성과 김정일의 선대 업적을 모두 덜어내면서 서문의 통일 위업 기술도 모두 없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2024년 1월 예고한 대로 영토 조항도 신설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 조항(제 1조)에 이어 신설된 제 2조에는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됐다. 다만 남쪽과의 구체적인 육·해상 경계선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해상 경계선이 명시될 경우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해당 내용이 빠진 것은 북한 역시 그러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두 국가 관계 노선이 반영됐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 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은 대폭 강화됐다. 국가기관 배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며 이를 '국가수반'으로 명시했다. 기존 '김일성-김정일주의' 대신 김정은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서문에 포함됐다.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이 처음으로 명기됐고 위임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이와 함께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등 현실과 괴리가 있는 사회주의 무상 복지 조항은 삭제됐고,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특별 보호 대상에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신설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에 대해 "조항 구성과 표현 수위로 볼 때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이 생겨났지만 적대적 관계나 교전국 관계 성격은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 간 평화 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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