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잇는다…1020 취향 저격 K-공포 ‘교생실습’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5.06 01:06  수정 2026.05.06 01:06

체험형 공포에서 호러 코미디까지…확장되는 장르

공포 장르가 다시 극장가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대 흥행 기록을 경신한 '살목지'의 바통을 이어받아, 부천이 선택한 기대작 '교생실습'이 웃음과 공포를 결합한 새로운 문법으로 5월 관객 공략에 나선다.


ⓒ쇼박스·㈜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8일 개봉한 ‘살목지’는 5월 5일 기준 누적 272만 관객을 기록하며 ‘곤지암’을 넘어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2위에 등극했다. 314만 명을 기록한 1위 ‘장화, 홍련’의 뒤를 바짝 쫓는 이 이례적인 흥행세는 저수지라는 금기의 공간을 활용한 직관적인 설정과 설명을 최소화한 체험 중심의 연출이 거둔 성과다.


특정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집단적 리액션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실제 촬영지인 충남 예산을 찾는 오프라인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살목지’는 단순 관람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이자 경험으로 소비됐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영화를 대하는 1020 관객층의 근본적인 관점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요즘 젊은 관객들은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에 집착하기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소리 지르고 반응하는 ‘공유된 경험’ 자체를 반긴다. 극장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관객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교류되는 소통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함께 노는 문화’에 특화된 공포 장르가 변화한 관객 니즈와 맞물려 강력한 확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K-공포물은 전통적인 원한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위주의 문법에서 벗어나, 관객과 어떻게 유희하고 호흡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빠진 영화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부터 공포는 저예산 고효율의 대명사였으나, 대형 상업영화들이 맥을 못 추는 최근의 침체기 속에서 공포 장르는 다시금 가장 확실한 흥행 카드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이미 ‘잠’과 ‘노이즈’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그 가능성을 확인시킨 데 이어, ‘살목지’는 역대급 기록 경신을 통해 기획력만 있다면 공포 장르가 상업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다음 주자로 ‘교생실습’이 출격한다. 5월 13일 개봉 예정인 이 작품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신작이다.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MZ 교생 은경(한선화 분)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코미디로, 장르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접근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김민하 감독은 전작에서 호러 클리셰를 비틀고 B급 코미디와 오컬트 요소를 결합하며 장르 변주를 시도한 바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젊은 관객층의 호응으로 이어졌고, 이번 작품 역시 개봉 전부터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생실습’은 2025년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작품상과 배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장르 영화로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설정 역시 차별화 지점이다. ‘살목지’가 저수지라는 금기의 공간으로 직관적인 공포를 자극했다면, ‘교생실습’은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 위에 흑마술이라는 B급 오컬트 설정을 얹어 접근성을 높인다. 코미디를 통해 공포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관객의 긴장을 완화하면서도 보다 넓은 층으로의 확장을 노린다. 동시에 상황과 리듬을 중심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은 최근 관람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한선화, 홍예지, 이여름, 유선호 등 젊은 배우진의 구성 역시 1020 관객층과의 접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관건은 흐름의 지속 여부다. ‘살목지’가 체험형 공포로 관객을 끌어들였다면, ‘교생실습’은 웃음과 공포를 결합한 또 다른 방식의 확장을 시도한다. 공포 장르가 다시 극장가의 유효한 흥행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개별 작품의 성과로 남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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