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름에 '예쁠 婡'자 썼다 퇴짜…헌재 "합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5.03 14:20  수정 2026.05.03 14:20

가족관계등록법, 자녀 이름 '통상 사용 한자'만 사용 규정

다수의견 "사회공동체 구성원 실제 사용 문자 등록해야"

반대의견 "원칙적으로 원하는 한자 자유로이 사용할 권리"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희귀 한자를 제한하고 정해진 한자로 이름을 짓게 정한 '인명용 한자'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정났다. 이 제도가 작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청구인 김모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44조 3항 등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 중 5명 의견으로 기각,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청구인 A씨는 자녀 이름에 예쁠 래(婡)자를 넣어 출생신고를 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이 한자가 가족관계등록법과 가족관계등록규칙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한자를 제외하고 한글만 기록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에 따르면 자녀의 이름은 한글 또는 가족관계등록규칙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


A씨는 이 조항이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2023년 2월2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다수 의견(김상환·김형두·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헌재가 2016년 7월 비슷한 취지의 청구에 합헌 결정을 한 선례가 있고 현재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기초가 되는 만큼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관련 규칙이 꾸준히 개정돼 이름에 사용될 수 있는 한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2016년 결정 이후에도 1천자 넘게 증가해 현재 9389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후 개명이나 보완 신고를 통해 추가로 선정된 인명용 한자를 이름으로 등록하는 구제 수단도 있고, 문제의 한자를 공적 장부에 등록할 순 없어도 사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반대의견(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의 인격 형성뿐 아니라 자녀를 가족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으로서 가족생활 형성에서도 고유한 의미를 가진다"며 "자녀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부모는 원칙적으로 자녀 이름에 원하는 한자를 자유로이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해다.


아울러 "이름에 관한 권리는 그 주체가 속한 사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받고 이를 토대로 인간관계를 형성해 갈 권리와 불가분 내지 동치 관계에 있다"며 "이름을 짓더라도 국가가 관리하는 공적 장부에 기재하지 못한다면 이름의 사회적 기능은 온전히 발현될 수 없다"고 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