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에 희소성 욕구까지 맞물린 1020 소비
중고 의류 소비가 1020의 일상적인 쇼핑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본 반팔티와 반바지, 후드집업 같은 무난한 아이템도 브랜드가 붙으면 가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1020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후루츠패밀리, 무신사 유즈드 같은 채널이 새로운 쇼핑 루트로 떠오르고 있다. 새 옷을 정가로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또래 사이에서 통하는 브랜드와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품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1020이 중고·리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무신사 유즈드 홈페이지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 패션 채널의 성장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1020 여성이 주 고객층인 무신사의 중고 패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는 3월 기준 일 평균 거래액이 서비스 초기인 2025년 9월 대비 6배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비스 오픈 직후 3개월(2025년 9~11월)과 최근 3개월(2026년 1~3월)을 비교하면 거래액은 67%, 판매량은 93% 늘었다. 실시간 판매 상품 수는 올해 4월 기준 12만건 이상으로 지난해 9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하루 최대 5800건 이상의 신규 상품이 등록되기도 했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무신사 아울렛&유즈드 롯데몰 은평점’도 3월 5일부터 22일까지 누적 방문객 약 8만명을 기록했고, 유즈드 품목만 개점 4일간 2300건 이상 판매됐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점은 더 분명하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27세 A씨는 새 상품을 사기보다 후루츠패밀리를 더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후루츠패밀리는 개인 판매자와 빈티지숍 등이 중고 의류와 빈티지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CORTIS)의 곡 ‘패션’(FaSHioN) 가사에 ‘후르츠 찜해놓은 상품에 있었던 벨트는 now on my 허리’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젊은 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A씨는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일반 스토어에는 없는 상품도 많다”며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이라는 걱정보다 못 구한 걸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했다. 이어 “친구들도 요즘 중고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베이프 그랜드 오프닝 기념 행사에서 포즈를 취한 롱샷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처럼 중고 플랫폼 이용 배경에는 가격뿐 아니라 품절됐거나 일반 매장에서 찾기 어려운 상품을 구하고 싶다는 욕구도 깔려 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이 제공한 최근 거래 데이터에서도 이 흐름이 읽힌다. 4월 1일부터 28일까지 베이프 컬리지 티셔츠 블랙 거래량은 직전 비교 기간보다 약 130%, 베이프 마일로 온 빅 에이프 티셔츠 화이트는 약 215% 증가했다. 스투시 베이직 스투시 티셔츠 블랙은 약 260%, 스투시 월드투어 티셔츠 블랙은 약 192% 늘었다. 1020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의 기본 아이템 거래가 단기간에 뛴 것은, 젊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옷이 아니라 갖고 싶은 브랜드와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세컨드마켓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패션 소비의 선택지가 넓어짐에 따라 변화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층이 중고 의류에 심리적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추호정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중고, 헌 옷, 리셀, 세컨마켓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며 “당근 같은 거래를 다양하게 경험했고, 리세일 시장 경험도 쌓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옵션들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젊은 소비자들은 다양한 옷을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새 옷만으로는 그만한 다양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며 “예전에 나왔던 옷들 중에서도 자기 개성에 맞는 옷을 찾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추 교수는 “사업자들이 제대로 세탁하고 관리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인 판매자들도 굉장히 많다”며 “오염 등 위생적인 면에서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 중고 옷을 사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플랫폼 검수·관리 여부와 개인 간 거래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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