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대 끝?…토큰화, ‘결제·청산’까지 삼킨다

김하랑 기자 (rang@dailian.co.kr)

입력 2026.05.03 09:00  수정 2026.05.03 09:00

미국채·회사채 토큰화 확대

자본시장 인프라 재편 신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디지털자산이 단순 거래를 넘어 청산·결제 등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토큰화 금융이 '상품'이 아닌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3일 코스콤이 발간한 디지털자산 기술·이슈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자산·인프라·규제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암호화폐 거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토큰화'가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산 측면에서는 시장 규모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온체인 실물자산(RWA) 시장은 약 270억 달러 수준으로 1년 새 4배 성장했으며, 토큰화 미국 국채도 올해 초 89억 달러에서 135억 달러로 확대됐다.


특히 블랙록이 22억 달러 규모 회사채 포트폴리오를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화하면서, 디지털자산 영역이 머니마켓펀드에서 회사채·사모대출 등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프라 측면의 변화는 더 본질적이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은 거래소와 자산운용사 중심의 '프론트' 영역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예탁결제기관과 청산소 등 '포스트 트레이드(Post-Trade)'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 예탁결제기관(DTCC)은 토큰화 국채 시범 운영을 추진 중이며, 일본 증권청산기구(JSCC)도 국채를 디지털 담보로 활용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거래 이후 단계인 결제·청산·담보 관리까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같은 흐름은 단순한 상품 혁신을 넘어 자본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를 '효율 개선을 넘어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로 평가했다.


규제 환경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GENIUS Act) 시행규칙을 확정하며 발행·준비금·자금세탁방지 기준을 구체화했고, 유럽연합(EU)은 암호자산 규제(MiCA)의 전환 기간 종료를 선언하며 감독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시장에서는 디지털자산이 '투자 상품'에서 '금융 인프라'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4시간 거래와 즉시 결제가 가능한 구조는 기존 증권시장 시스템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단계는 여전히 시범 운영과 초기 확산 구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규제 안정성과 표준 경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큰화는 새로운 상품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어떻게 거래·결제할 것인지에 대한 방식의 변화"라며 "향후 증권사와 인프라 사업자 간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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